최측근 아흐마르 장군 등 군부도 “혁명지지”
살레 “무질서 선동자는 소수” 퇴진 거부 밝혀
살레 “무질서 선동자는 소수” 퇴진 거부 밝혀
1978년 북예멘 대통령에서 시작해 33년간이나 예멘을 통치해온 알리 압둘라 살레(69) 대통령의 정치 생명이 풍전등화에 놓였다. 믿었던 군부마저 대거 등을 돌리면서 독재 정권의 기반이 빠르게 무너져내리고 있다. 관리들도 속속 정권에서 이탈하고 있다.
32년간이나 살레에 충성을 바쳐온 알리모흐센 알아흐마르 소장은 21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나와 “젊은이들의 혁명에 우리(군)의 지지와 평화적인 지원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혁명’이란 살레의 퇴진 등을 요구해온 민주화 시위를 말한다. 예멘 최정예 1기갑 사단을 이끄는 그는 “위기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나라를 폭력과 내전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우리는 안전과 안정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난 2월21일 이후에도 살레가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엔 군부의 지지가 컸다. 따라서 군부 핵심 인사의 이탈은 살레의 운명을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게 하고 있다. 알아흐마르 소장의 이탈엔 두명의 준장도 동참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들 세 장성은 살레 대통령과 같은 예멘 제2부족 하시드족 출신이어서, 살레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60여명의 군 장교가 이들과 함께 시위대 편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민주화 시위대를 지지한 군인들은 수도 사나 광장에 십여대의 탱크와 무장 차량을 배치했다.
익명의 한 반정부 지도자는 <에이피>에 “살레에게 48시간 안에 퇴진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대선과 총선이 치러질 때까지 군사위원회에 넘기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살레는 이날 “폭력과 무질서를 선동하는 이들은 소수”라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며칠 새 유엔 주재 예멘 대사를 비롯해 요르단과 시리아 대사 등도 줄줄이 사표를 냈다. 또 인권부 장관과 제2 도시 아덴의 주지사, 의회 부대변인 등도 사퇴했다. 지난달 말에는 예멘의 제1, 제2의 부족인 바킬과 하시드족이 살레로부터 등을 돌렸다. <에이피>는 “살레가 이제 예멘의 거의 모든 권력 토대로부터 지지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권력 이반 현상은 지난 18일 살레의 보안군이 민주화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에이피>는 대통령궁과 국방부, 중앙은행 등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에 살레의 아들이 이끄는 공화국 수비대의 탱크가 이탈한 군대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계속되는 민주화 시위대의 ‘즉각 퇴진’ 요구에 원래 2013년까지 임기인 살레는 올해 말 임기를 마치겠다는 양보안을 내놨고, 20일엔 모든 국무위원을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섣불리 단정하긴 이르지만, 살레가 계속 버틸 경우 자칫 리비아처럼 그를 따르는 세력과 무장한 반정부 세력 간 내전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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