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전투기 동선 실시간 중계 논란
리비아 벵가지 상공을 중심으로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돼 있는 가운데 다국적군 전투기의 움직임이 한 트위터에 실시간 중계되고 있어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군 쪽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2일 보도했다.
이 트위터(@FMCNL)는 ‘허브’(Huub) 혹은 ‘블랙박스’(BlackBox)라는 가명을 쓰는 전직 네덜란드 군인 출신이 개설했으며, 현재 9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비암호화된 전파와 항공관제 무선망을 모니터하는 ‘아마추어 무선사’(Radio Ham)들로부터 정보를 받아 업데이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상공에 떠다니는 항공기들이다.
트위터 개설자는 최근 인터넷 뉴스사이트인 ‘와이어드’(www.wired.com)와 인터뷰에서 “상점에서 500달러를 주고 구입한 손바닥 크기의 판독장치 하나만 갖고 이들 정보에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가 25년간 군통신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도 리비아 상공을 오가는 전투기들의 출격 동선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시태그(트위터상에서 같은 취미나 공통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사용하는 암호)를 사용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예컨대, ‘항공기 FL330이 착륙하고 현재 항공기 FL130이 이륙하고 있다’는 내용의 암호화된 메시지를 올려놓으면 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팔로워들의 리트위트로 급속히 전파된다.
이 트위터가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사전 정보 유출로 연합군 전투기가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며 중요한 정보들에 대해선 실시간 트위터 게재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트위터 개설자는 그러나 자신이 공개하는 정보는 기밀사항이 아니라며 반박하고 있다. 그는 공개된 정보가 전투기뿐만 아니라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의 통신내용도 공개하고 있어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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