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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재스민’뒤 개입정책 선회…이스라엘에 ‘점령지 철수’ 압박

등록 2011-05-20 20:39

오바마 ‘이-팔 국경복원’ 촉구 왜
정착촌 중단요구 묵살한 이스라엘에 불만
‘전략적 이해관계→보편적 가치’ 궤도수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새로운 중동정책을 발표하기로 예정된 19일 낮 12시40분을 35분이나 지나서야 모습을 나타냈다. 막판에 발표문을 직접 다시 고쳐썼기 때문이다. 백악관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압력으로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오바마의 고심과 안팎의 압력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날 내용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인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서 1967년 6일 전쟁 이전 경계 준수’ 등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물론이고, 오바마 행정부의 초기 정책과도 차별성을 띠고 있다. 보편적 가치보다는 자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앞세운다는 중동정책의 궤도를 일정 부분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유주의적 개입으로의 선회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적 이상주의자인 정치인 오바마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당시 미국의 경제적 미래가 걸린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대외정책의 초점을 옮기려 했다. 이를 위해 중동분쟁의 수렁에서 탈출이 필요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3월20일 이란의 민속명절을 맞아 이란과의 화해를 제안하는 동영상 연설을 보내거나, 6월4일 이슬람 세계와의 화해를 제안한 ‘카이로 연설’은 그 일환이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어느 나라도 다른 나라에게 정부체제를 강요할 수 없고, 강요해서도 안된다”고 말해, 중동의 반미국가에게도 체제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곧 이어 터진 이란 대선을 둘러싼 반정부 시위 때도 불간섭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란과의 화해는 물론이고 이란 핵개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안팎의 비난에 직면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리처드 홀브룩 특사가 주장하던 외교적 해결은 없이 병력만 증파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아랍의 봄’은 오바마의 중동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게 했다. <뉴요커>의 심층보도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민주화 시위 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의 정치개혁’이라는 비망록을 참모들에게 보내, 중동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사만사 파워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이 주도한 이 정책 재검토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 대한 비판, 경제발전에 앞서는 정치개혁의 필요성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는 아랍의 봄이 터지자, 무바라크의 퇴진을 이끌며 중동정책을 자유주의적 개입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독주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와 미국 내 이스라엘 로비 세력들에 대한 불만과 견제도 작용했다. 오바마는 취임 뒤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간단하게 이를 일축해, 오바마의 첫 외교적 노력에 굴욕스런 패배감을 안겼다. 현재 양국 관계는 최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오는 9월 유엔총회에서 추진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결의안을 저지하기 위한 전술적 조처 성격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에게 이 결의안 저지를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유럽 동맹국들을 설득하고, 이스라엘도 압박하는 이중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중동정책의 전략적 변화라기 보다는 전술적 변화라고 평했다.

오바마가 발표한 이날 내용이 그대로 실천될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이런 내용을 발표한 것은 이제 중동에서 더 이상 자국의 전략적 이해만을 추구할 수 없고, 보편적 가치도 조화시켜야 한다는 현실을 조금이나마 인정하고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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