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형제단 출신 집권 뒤
히잡 금지 ‘52년 불문율’ 깨져
무르시 이슬람화정책 신호탄 공방
히잡 금지 ‘52년 불문율’ 깨져
무르시 이슬람화정책 신호탄 공방
여성 앵커가 쓰고 나온 히잡 하나 때문에 이집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집트 일간 <아흐람>은 2일 국영방송인 <채널1>의 정오 뉴스에서 여성 앵커 파트마 나빌(사진)이 히잡을 쓰고 뉴스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의 민영방송에서는 여성 앵커들이 히잡을 착용하기도 하지만, 국영방송에서 히잡을 쓴 앵커가 등장한 것은 1960년 방송이 설립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1950년대 가말 압델 나세르 정권부터 지난해 3월 무너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까지 반세기 넘게 이집트를 통치해 온 군사정권은 이슬람 극단주의를 경계하는 세속주의 정책을 펴왔다. 그 중 하나로 국영방송에서 뉴스 앵커를 맡은 여성들에게 히잡 착용을 못하도록 하는 불문율을 지켜왔는데,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집권한 뒤 이것이 깨진 것이다. 이집트의 일부 여성들은 히잡을 쓰고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군사정권은 이를 무시해왔다.
외신들은 무르시 등장 이후 이집트의 과도한 이슬람화를 우려해 온 이들이 이번 조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조처가 무르시 대통령이 추진할 본격적인 이슬람화 정책의 시작인지를 놓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외신들은 최소한 방송 분야에서는 이집트가 전보다 더 보수적인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슬림형제단 출신으로 지난달 새 공보부 장관으로 임명된 살라흐 압둘 마끄수드는 “다른 아랍권 나라 방송들에는 히잡 쓴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이집트에서만 이를 막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여성 앵커들의 히잡 착용을 권장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흐람>은 나빌 외에 다른 두명의 여성 앵커도 히잡을 착용하고 뉴스를 진행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