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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WMD 폐기-정권 생존’ 교환…시리아 합의, 핵 해법 새틀 되나

등록 2013-09-15 20:22수정 2013-09-15 21:18

미-러 화학무기 폐기안 합의 의미

내전 속 WMD 폐기 극적 합의
아사드 정권, 입지 회복 노림수
미국도 대안부재 벗어날 수 있어
북·이란 핵협상 선례될지 관심
“만약 완전히 실행된다면, 이 틀은 세계에 더 확장된 안전과 안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안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합의한 뒤 내린 평가이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불량국가’들의 대량파괴무기(WMD) 폐기를 향한 새 프레임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10~20년 넘게 씨름하는 북한과 이란의 핵 폐기 협상에 새 준거 틀이 될 수도 있어, 그 성공 여부에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합의안은 ‘시리아 화학무기를 2014년 중반까지 모두 해체·폐기한다’는 담대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미·러의 이번 합의가 예상되던 13일 <가디언>은 사설에서 “모험할 가치가 있는 길”이라며 “(내전 발발) 2년반 만에 처음으로, (반군을 제외한) 시리아 위기의 모든 당사자들이 같은 처지에 서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해법이 보이지 않던 시리아 내전 상황에서 냉전 이후 최대 골칫거리이던 ‘불량국가의 대량파괴무기’ 폐기의 선례가 될 기회가 찾아온 것은 국제정치의 가변성을 말해준다. 대안 없는 시리아 내전 상황이, 오히려 관계국들이 이번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이해관계의 공통 기반이 됐다. 불량국가 대량파괴무기 폐기 협상의 대원칙인 ‘무기 폐기와 정권 입지 보장의 교환’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먼저,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은 이번 협상 과정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입지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이미 미·러의 이번 합의 자체만으로 아사드 정권은 국제협상 무대에 다시 등장한 셈이다. 이어질 협상 과정에서 화학무기 폐기에 대한 신뢰성 있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에서 정권의 입지가 다시 공고화될 수 있다.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피하려 애써온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협상을 통해 대량파괴무기 폐기를 이루는 업적을 남길 수 있다.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아사드 정권 이후의 대안 세력 부재’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다. 이슬람주의 세력을 잘 제어하던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폐기 과정에서 신뢰성을 보여준다면, 시리아 정권교체에 대한 안팎의 압력도 완화될 수 있다. 앞서 미국은 시리아 군사개입을 발표할 때에도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아사드 정권을 완전 제거하는 방안은 애초 미국의 선택지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었다.

러시아와 중국도 이번 과정을 통해 중동의 전략적 거점인 아사드 정권의 존속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악마는 세부 사항에 있다’는 국제 외교가의 오랜 격언처럼, 문제는 폐기로 가는 기술적 절차다. 이번 협상에서 소외된 내전 반군 세력의 대응도 중대 변수다.

우선 이번 합의는 폐기 과정의 신속함에서 전례가 없다.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화학무기 전문가 에이미 스미스선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 상황은 전례가 없다”며 “미·러는 5~6년이 걸릴 일을 몇 달이라는 기간 안에 우겨넣었다”고 평가했다. 기존의 대량파괴무기 폐기 협상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리비아와 이라크의 화학무기 폐기 선례를 평가하며, 두 국가가 폐기를 위해 처음에는 단호한 조처들을 취했지만 기술적 절차 문제로 지체되자, 상호 불신이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협상에서 소외된 반군 세력들은 이번 협상에 관심이 없다며, 항전 계속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의 저항은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국제사찰단의 현장 활동을 어렵게 하고 관계국들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쟁점은 화학무기 폐기가 아사드 정권한테 ‘정권의 안정과 국제사회에서의 입지 강화’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공개된 미·러 합의 내용에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당사자 모두가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이 핵심 사항이 어떻게 현실화되느냐를 핵개발 문제로 미국과 갈등과 협상 관계에 있는 북한과 이란도 주시할 터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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