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렐 윌리엄스의 ‘해피’ 2억5천만 조회수 ‘인기’
팬메이드 영상 만든 이란 젊은이, 퇴폐 혐의로 체포
히잡 안 쓴 젊은 여성 등장, 이란 개방의 시험대 될 것
팬메이드 영상 만든 이란 젊은이, 퇴폐 혐의로 체포
히잡 안 쓴 젊은 여성 등장, 이란 개방의 시험대 될 것
‘행복’을 처벌한다고?
미국 흑인 가수 퍼렐 윌리엄스의 히트곡 ‘해피’(Happy) 뮤직 비디오에 헌정하는 팬-메이드 영상▷클릭, 영상보기을 만든 이란 젊은이들이 ‘저속한 영상으로 공공의 순결을 해쳤다’는 퇴폐 혐의로 체포돼 국내외 논란을 부르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21일 전했다. 퍼렐 윌리엄스의 뮤직비디오▷클릭, 영상 보기는 지난해 11월 공개됐는데 간명한 메시지와 더불어 남녀노소 보통 사람들이 상점·거리·버스 등에서 행복을 표현하고 코믹한 춤을 추는 영상으로 22일 현재 유튜브에서만 2억5000만번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다.
이란 젊은이들의 동영상은 지난 3월 만들어져 유튜브에 공개됐는데, ‘우리는 테헤란에서 행복합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히잡을 쓰지 않은 젊은 이란 여성 3명과 남성 3명이 해피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건물 옥상과 집, 거리 등에서 춤추고 즐거워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영상의 존재가 이른바 이란 ‘도덕 경찰’의 눈에 띄면서 지난 20일 관련자 13명 가량이 체포됐다. 또 이란 국영 방송에는 출연 여성 등이 히잡을 쓴 채 경찰에 체포돼 “오디션용 해피 비디오를 촬영한다는 꾀임에 빠진 것”이라고 자백하고, 경찰이 엄단 방침을 밝히는 뉴스가 방영됐다. 이란에선 도덕 경찰이 이슬람법에 따라 여성의 히잡 착용이나 옷차림을 지도할 수 있는데, 단속은 대체로 유동적이다. 이란에서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권력이 세속 정치 지도자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뛰어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국내외로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 여론이 일어났다. 퍼렐 윌리엄스는 페이스북에 “젊은이들이 행복을 전파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는 것은 슬픔 이상의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트위터에서는 ‘#freehappyiranian’을 주제어로 비판이 들끓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행복은 우리 국민의 권리다. 우리는 기쁨에서 초래한 행동들에 지나친 대응을 해선 안된다”라는 자신의 예전 트위터 언급을 리트위트하며 사실상 체포에 부정적 여론을 보탰다. 여론 비판으로 체포된 젊은이들 가운데 제작자를 빼곤 모두 일단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이번 사건의 향배는 이란 개방 흐름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피는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9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2>의 삽입곡으로 알려졌으며, 퍼렐 윌리엄스는 이 노래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특히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끌면서 전세계 각국에서 팬-메이드 동영상이 1000개 넘게 만들어졌다. 이란 젊은이들의 비디오 역시 “이 비디오를 퍼렐 윌리엄스의 팬으로서 8시간 동안 아이폰5S로 만들었다”며 “이걸 만드는 모든 순간 즐거웠으며, 이 비디오가 당신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하기를 희망한다”는 제작후기를 붙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이란 경찰이 여성들 옷 단속을 하는 모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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