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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미군철수 3년만에…이슬람 무장세력 ‘모술’ 장악

등록 2014-06-11 20:00수정 2014-06-11 22:21

미 이라크 침공때 반미저항 보루
말리키 총리, 계엄령 선포 요청
백악관 “매우 심각한 상황” 우려
이라크에 ‘총력 지원’ 약속하며
재탈환 등 “강력 대응하라” 압박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반미 저항세력의 보루였던 모술이 미군 철수 3년 만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함락되자 워싱턴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미국이 설계한 사담 후세인 이후의 이라크가 국가로서 정치·군사적으로 존립할 수 있느냐가 모술 재탈환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실패한 국가’로 내전의 늪에 영영 빠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10일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슬람국가) 소속 무장세력이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장악한 직후, 미 백악관의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라크 정부에 (미군 파견을 뺀)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라크 지도자들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미국은 모술 함락을 이라크 전 지역에 충격을 줄 대단히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였다”며 “백악관은 누리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국가 통합을 위해 충분히 일하고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면서, 극단주의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좀더 강력한 대응을 하도록 압박했다”고 짚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의 주요 세력권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의 주요 세력권
이슬람국가는 이라크와 시리아를 무대로 활동하는 수니파 계열의 극단주의 무장세력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로 활동하다가 떨어져 나왔고, 시리아 내전의 혼란 속에 지난해 급격하게 세를 불렸다. 정확한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1만명이 넘는 병력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시리아 락까주의 주도인 락까시를 장악했고, 올해 초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의 주도인 팔루자와 인근 도시 라마디를 점령했다. 이후 이라크 정부군의 반격으로 라마디 일부를 뺏기긴 했지만 이번에 닷새간의 전투 끝에 모술까지 점령한 것이다.

모술은 인구가 180만명에 이르며 원유·시멘트산업 등이 발달한 이라크 제2의 도시다. 쿠르드자치지역과 인접해 애초 쿠르드족이 많이 살았으나, 후세인 정권이 정책적으로 수니파 아랍인들을 많이 이주시켜 현 시아파 정부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말리키 총리는 의회에 30일간의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승인해줄 것을 요청하고, 민간인들도 무장해 저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의회 인사들은 쿠르드자치정부 쪽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비비시>(BBC)는 “이라크 정부군은 병력이 93만여명이나 되지만,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이 올 초 팔루자와 라마디를 점령하고 여섯달이 지나도록 바뀐 게 없다”고 이라크군의 무능을 지적했다.

최근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이 이처럼 약진하는 배경엔 시리아 내전의 혼란 속에서 전력이 강화된 측면도 있지만,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시아파 주도의 이라크 현 정부가 온건 수니파의 신뢰도 얻지 못하면서 벌어진 심각한 정치적 분열 상황이 놓여 있다. 세번째 총리 임기를 앞둔 말리키 총리는 집권 초에는 종파·부족 통합을 표방했지만, 미군 철수 뒤 시아파 위주의 정책으로 기울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지지 기반이자 제2의 종파인 수니파와의 갈등이 격화됐고, 쿠르드자치정부의 불만도 커졌다. <비비시>는 “모술에서의 싸움은 이라크라는 국가의 정치·군사적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이라크 내 모든 정파의 지지를 아우르는 정치·군사적 해법만이 이 상황을 돌이키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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