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정권 반대…이라크반군 놓곤 동병상련
아사드의 이라크영토 공습 비난
이슬람 극단주의에 결정타 날리면
시리아 정권 돕는 결과 돼 곤혹
아사드의 이라크영토 공습 비난
이슬람 극단주의에 결정타 날리면
시리아 정권 돕는 결과 돼 곤혹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자국 내에서 이라크로 영역을 확장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반군을 겨냥해 이라크 영토를 공습하자 미국이 일단 경고에 나섰다. 미국은 아사드와 적대 관계이지만, 시리아 내전에서 번진 이라크 내전에서는 아사드와 공동의 적을 두고 같은 편에서 싸워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5일 “종파주의적 분열을 강화할 수 있는 어떤 일도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든 이들에게 명백히 해둔다”고 경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 발언은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동 뒤 시리아의 이라크 서부 영토 공습과 이란의 이라크 내 드론(무인기) 정찰 비행이 보도된 이후에 나왔다. 하지만 이란의 드론 정찰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이란 관리들 사이에 직접 대화가 오갔다는 <에이피> 등의 보도를 고려하면, 이 발언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과 이라크 관리들은 시리아 정부군 전투기가 24일 이라크 서부에서 시리아로 넘어가는 국경검문소 도시 까임을 공습했다고 확인했다. 까임은 최근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하 이슬람국가)에 점령당한 도시로, 이번 공습으로 17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의 이라크 영토 내 공습은 처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시리아 정부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전투기가 23~24일 반군이 득세한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의 도시 루트바의 시청과 시장 등 중심가를 헬파이어 미사일 등으로 폭격해 민간인 등 50여명이 숨지고 130여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으로 추정되는 공습에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아사드 정권은 최근 ‘이슬람국가’의 득세를 호기로 활용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극단주의와 맞서려면 자신들을 대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30년 이상 숙적이었던 이란과의 밀월 가능성은 예고했지만, 4년째 시리아 내전에서 축출을 도모했던 아사드 정권과의 협력 가능성에는 일단 선을 긋고 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버나뎃 미한 대변인은 “이라크 안보 과제의 해법은 살인자 아사드 정권이 아니라 이라크 보안군의 전투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 반군이 지금처럼 득세하게 된 근거지가 이라크가 아니라 시리아 북부의 락까주라는 점은 미국을 또다른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반군에 결정타를 날리려면 시리아 북부를 치는 게 필요하지만,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숱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당장 고문·학살의 범죄 정권으로 규정한 아사드 정부를 도와주는 꼴이 되는데다 시리아 내 온건파 반군을 간접 지원할 뿐 직접 말려드는 데 선을 그었던 외교정책도 뒤집는 꼴이 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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