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 납치·폭행 주검훼손
유대인 보복성 증오범죄 추정
국제사회, 이스라엘 비난 성명
유대인 보복성 증오범죄 추정
국제사회, 이스라엘 비난 성명
팔레스타인 10대 청소년이 이스라엘 극단주의 세력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에게 납치된 직후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불에 탄 주검으로 발견되자 팔레스타인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는 최근 유대인 청소년 3명의 납치·살해 사건에 대한 보복을 앞세워 무고한 팔레스타인 소년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으로 보여, 폭력의 악순환은 물론 대규모 유혈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비시>(BBC) 방송은 살해된 팔레스타인 소년의 장례식을 전후해 이스라엘 군경과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것이란 공포가 번지고 있다고 3일 전했다. 17살 소년인 모하메드 아부 카다이르는 지난 2일 새벽 4시께 동예루살렘의 집 근처 모스크에서 열리는 라마단 기도회에 가려고 친구를 기다리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과 폐회로텔레비전 영상 등을 종합하면, 3명의 괴한이 탄 차량이 거리를 몇 차례 배회하다가 소년에게 접근해 차량에 강제로 밀어넣는 방식으로 소년을 납치했다. 모하메드는 당일 이스라엘령인 서예루살렘 쪽 숲 속에서 불탄 주검으로 발견됐으며, 폭행을 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당국 모두가 이 사건이 유대인 쪽에서 벌인 보복성 증오범죄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모하메드가 살해되기 전날인 1일에는 지난달 12일 납치돼 30일 주검으로 발견된 유대인 청소년 3명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어 유대인 극단주의 청년들이 ‘복수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예루살렘에서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통합정부의 양대 세력 가운데 강경파인 하마스를 범인으로 지목했으나,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청소년 실종 뒤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을 무차별 수색하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공습하는 등 강경책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보복살해로 추정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팔레스타인이 들끓는데다가 국제사회의 비난도 빗발치자 이스라엘 당국의 분위기도 급변했다. 미국, 유엔, 유럽연합(EU) 등이 잔혹한 범죄를 비난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앞다퉈 내놓았다. 네타냐후 총리도 경찰에 “비열한 살인”을 즉각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사적 제재를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인티파다’로 불렸던 팔레스타인의 대규모 민중 봉기가 재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대중적 봉기가 또다시 일어나는 것에 대해 오래도록 우려해왔다”며 “현재 상황은 2000년 9월 민중 봉기가 터졌을 때와 아주 유사하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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