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체포…유대 극단주의 추정
장례식 전 사촌동생도 경찰에 맞아
팔주민 저항시위 이스라엘에 확산
장례식 전 사촌동생도 경찰에 맞아
팔주민 저항시위 이스라엘에 확산
이스라엘 극단주의자에게 보복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팔레스타인 10대 소년이 산 채로 불타 숨졌다는 부검 결과가 나오면서 범행의 잔인성에 격분한 저항시위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넘어서 이스라엘 영토까지 번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법무장관은 지난 2일 불탄 주검으로 발견된 모하메드 아부 카다이르(17)의 사인이 전신 화상이며, 몸에 불이 붙은 순간에도 호흡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5일 전했다. 소년은 온몸의 90%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판정됐다. 이스라엘 의사들이 텔아비브에서 시행한 부검에 참석했던 팔레스타인 법의학소장은 “화재 분진이 소년의 기도에서 발견됐다”며 “이는 소년이 산 채로 불타는 동안 이 물질들을 들이마셨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희생자는 2일 새벽 3명의 괴한에게 차량으로 납치됐으며, 사건 당일에 이스라엘령 서예루살렘 쪽 숲 속에서 불탄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는 지난달 유대인 10대 청소년 3명이 납치·살해된 데 대한 보복성으로 무고한 희생자를 노린 증오범죄로 추정된다. 6일 이스라엘 경찰은 팔레스타인 소년을 살해한 용의자 6명을 체포했으며, 유대 극단주의를 범행 배경으로 보고 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팔레스타인 사회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비비시>는 “희생자가 산 채로 불타 숨졌다는 소식이 지난 4일 늦게 전해진 뒤 소요가 동예루살렘을 넘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이스라엘 내 여러 도시들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카다이르의 장례식이 열린 4일 낮 전후로 동예루살렘에서 시위를 벌이던 팔레스타인 청년 수백명과 이스라엘 경찰들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5일에는 타이베, 티라, 칼란스와 등 팔레스타인계 주민이 많은 이스라엘 도시들에서도 시위와 충돌이 잇따랐다.
또 희생자의 사촌동생이자 미국 시민권자인 타리크 카다이르(15)가 장례식에 앞서 지난 3일 일어난 소요에 휘말려 이스라엘 경찰에게 심하게 폭행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시 찍힌 휴대전화 동영상을 보면 이스라엘 경찰 2명이 어린 소년의 머리 등을 심하게 구타하고 끌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깊이 우려한다”며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으며, 이스라엘 당국은 수감됐던 희생자의 사촌동생을 석방한 뒤 가택연금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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