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 안해” 강경, 왜?
파타정부만 협상대상 인정
무장노선 하마스 배제 고집
한달전 양쪽 ‘통합정부’ 추진
미국 등서 용인하자 반발
파타정부만 협상대상 인정
무장노선 하마스 배제 고집
한달전 양쪽 ‘통합정부’ 추진
미국 등서 용인하자 반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군사작전으로 민간인 인명 피해가 급증하는데도 무차별 공습을 밀어붙이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일 국영방송을 통해 “지금껏 하마스와 다른 테러리스트들한테 격심한 타격을 줬지만, 우리는 이들에 대한 공격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안보 회의 뒤 “나는 누구와도 휴전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없으며, 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8일 하마스를 상대로 ‘프로텍티브 에지’라는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래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이스라엘 정부와 군부에선 강경 발언만 쏟아지고 있다. 2012년 8일간의 전투에서는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150명에 이르렀는데, 이번 교전에서는 휴전 기미가 없어 조만간 인명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이스라엘 관리들이 위협하는 가자지구 지상전이 현실화하면 민간인 희생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스라엘이 강공책을 고수하는 데는 지난 4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이 결렬된 뒤 좁아진 자신들의 입지를 만회하고, 하마스가 국제 협상 무대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일이 없도록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의 파타 정부만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고, 무장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가자지구의 하마스 정부는 테러집단으로 규정해 배제하는 정책을 고집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초 파타 정부가 하마스 정부와 손잡고 통합정부를 꾸리기 위한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를 사실상 용인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스라엘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대인 청소년 납치·살해 사건을 계기로 하마스와의 충돌이 벌어지자 이스라엘은 파타-하마스 통합정부 추진을 사실상 분쇄하고 하마스의 전력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 중동 정세 변화로 맹방인 미국의 중동 외교 전략에서 이스라엘의 중요성이 밀리는 데 대한 초조함도 읽힌다. 지난해 말 미국 등 서방이 이스라엘에 호전적인 이란과 핵협상을 극적으로 잠정 합의한 데 이어 이라크 내전으로 미-이란 관계가 급진전하자 이스라엘은 크게 우려하며 반발해왔다.
일단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뜻을 명백히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 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면서 휴전 중재를 도울 뜻을 밝히는 한편 이스라엘 공습의 정당성에 분명한 지지를 보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은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지상전 검토를 중단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궁극적인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양쪽 다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습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반 총장은 “나는 이스라엘 군사작전 결과로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숨지고 다치는 것을 우려한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은 하마스의 무책임과 이스라엘의 거친 대응 사이에 포로가 돼 있다”고 말했다.
10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와 휴전 문제가 논의됐지만 별다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에이피>는 “어느 쪽도 전투를 중단하는 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회의 당시 이스라엘 유엔 대사는 하마스 공습 경고 사이렌 녹음을 들려주며 이스라엘 시민들의 고통을 강조했고, 팔레스타인 대표는 이스라엘을 “죽음, 파괴, 테러 공세 집단”으로 묘사하며 맞섰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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