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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두돌도 안 된 아기의 몸이 폭탄에 처참히…

등록 2014-07-11 19:35수정 2014-07-11 22:14

이스라엘, “하마스 대원 숨어들었다”며
집·카페·거리 무차별 폭격
가자지구 공습 4일째
사망자만 이미 100명 육박
“민간인 학살” 국제적 비난 거세
두 돌도 채 안 된 아기 무함마드의 몸이 폭탄에 찢겨 나갔다. 아기의 주검 일부는 집 정원에 나동그라진 채 발견됐다. 함께 놀던 세살배기 니달도 숨졌다. 지난 9일 정오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마가지 난민촌에 있는 한 가정집에 이스라엘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2층짜리 집은 앞면이 거의 무너져 폐허가 됐고, 당시 집에서 조카들과 놀아주고 있던 아이들의 숙부 살라 나와스라(23)와 임신 4개월째인 부인도 그 자리에서 숨졌다. 숨진 나와스라의 누이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내 형제는 하마스와 아무 관련이 없는 전기공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8일 이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900차례가 넘는 공습을 퍼부으면서 군사시설뿐 아니라 가정집과 카페, 길거리 등을 가리지 않고 폭격해 나흘 만에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섰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각) 전했다. 희생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여성과 어린이·청소년 등이어서 사실상 ‘민간인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로켓포 발사에 대한 대응이라며 무차별 공습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쪽이 입은 피해는 사망자는 한 명도 없고, 경상자를 중심으로 부상자가 일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에 대해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들 속에 숨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나 오폭으로 하마스와 무관한 민간인을 살해하는 사례는 물론, 가족 가운데 한명이 하마스 조직원이라는 이유로 가정집을 폭격해 일가족을 몰살하는 공격도 줄을 잇고 있다. 10일 새벽 1시30분께 8명이 몰살당한 알하지 가족도 그런 경우다. 이날 가자지구 칸유니스에 사는 50대 재단사 부부와 10대·20대 자녀 6명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한꺼번에 숨졌다. 당시 집에 없었던 큰아들 야시르 알하지(27)가 하마스 대원이라는 이유로 폭격 대상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웃 주민인 무함마드 할라비는 <가디언>에 “이 지역에선 가족 가운데 누구나 한명쯤은 하마스 소속원이 있고, 그 집 아들은 하마스 고위 간부도 아니었다”며 “이스라엘이 한 일에는 용서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공격으로 두세 채의 집이 무너져 이웃 주민 30여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앞서 9일 밤에는 칸유니스 인근 바닷가 카페에 이스라엘의 미사일이 떨어져 월드컵 경기 방송을 보던 20대 전후의 젊은이 등 9명이 숨지기도 했다.

세계 언론인들과 협업하는 팔레스타인 독립언론 ‘국제중동미디어센터’(IMEMC)가 11일 정오께 공개한 사망자 통계를 보면,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겨냥한 군사작전 ‘프로텍티브 에지’를 공식적으로 개시한 8일 이후 사망자만 100명에 이른다. 희생자 가운데 19살 이하의 미성년자는 파악된 것만 모두 26명이고, 10살 이하의 아이들도 11명이나 되는 실정이다. 게다가 11일에도 이스라엘의 공습은 계속되고 있어 사망자와 중상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양쪽 사망자가 ‘100 대 0’ 수준인 것은 이스라엘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든 미사일방어시스템 ‘아이언돔’ 때문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강철지붕’이라는 뜻의 아이언돔이 지난 8일 이래 하마스가 발사한 420여기의 로켓포 가운데 인구밀집지역을 겨냥한 121기를 골라 요격해 떨어뜨렸다고 11일 전했다. 아이언돔의 요격 적중률은 90%에 이른다. 아이언돔 포대 하나의 가격은 5500만달러(약 560억원)이고 발사 때마다 2만~10만달러(약 2000만~1억원)가 추가로 든다. 하지만 하마스가 쏘는 로켓포는 조악한 수준으로 개당 수백 또는 수천달러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애초부터 체급이 훨씬 높은 선수가 약자를 일방적으로 강타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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