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잠정 휴전안’ 중재도 불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멈추기 위한 중재안 마련을 위해 14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 긴급총회장에서 리야드 말리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장관이 회담 도중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카이로/신화 연합뉴스

하마스 “굴욕” 거부…로켓포 공격
이스라엘, 가자지구에 공습재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거의 5분마다 폭격하는 군사작전을 벌인 지 8일째인 이스라엘 정부가 15일 이집트가 중재한 ‘잠정 휴전안’을 수용했으나 수용한 지 6시간여 만에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최소 2번의 공습을 했다고 목격자 말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곳은 가자시티, 또 한 곳은 남부인 칸 유니스 지역이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도 공습 재개를 인정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휴전안 수용 이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날아온 로켓포 공격이 50여차례에 이른다”며 “군사작전을 재개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이날 현지시각으로 오전 9시 이후 상호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가자지역의 안정이 회복될 때까지 당분간 국경봉쇄를 일부 완화해 인적·물적 교류의 길을 터주는 것을 전제로, 카이로에서 국제사회의 중재 아래 본격적인 휴전협상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이집트 중재안을 수용했다. 이집트 쪽은 전날 이런 휴전안 발췌문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하마스 쪽에서는 이집트에서 공식 문서를 받은 적도 없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안을 받아들였지만 “하마스가 휴전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군사작전을 확대할 국제적 정당성을 갖는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에이피>(AP) 통신도 하마스 고위 간부의 말을 따서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제안을 승인한 직후에도 하마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마스 내부에서 휴전안을 받아들일지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카삼여단은 공식 누리집을 통해 이집트의 제안은 “굴욕”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8일 이래 가자지구 사망자는 적어도 192명으로 유엔은 4분의 3 이상이 어린이·여성·노인을 포함한 민간인이라고 추정한다. 부상자도 1400여명이나 된다. 반면 이스라엘은 사망자는 없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스라엘이 일단 잠정 휴전을 받아들였던 것은 하마스에 군사적 타격을 가했고, 파타-하마스 통합정부 추진과 이 정부에 대한 서방의 지지 움직임도 어느 정도 분쇄하는 데 성공하자, 2012년 말의 휴전체제로 복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이런 이스라엘의 움직임에 회의적이지만 지난해와 올해 초 평화협상 진전 과정에서 석방된 하마스 대원을 이스라엘이 지난달 다시 체포한 것을 해결하고 가자지구를 옥죄고 있는 국경봉쇄를 어느 정도 완화하는 결과물을 얻어내는 게 다급하다. 또 2012년 말 휴전 약속 이후에도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탄압을 거듭하면서 휴전이 깨지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알리려 한다.

정세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