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 전사자 추이
이라크전 미군 전사자 2000명 넘어서
25일 이라크 새 헌법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된 데 이어, 이라크에서의 미군 전사자가 2천명을 넘어섰다. 2003년 3월19일 이라크 침공을 시작한 지 2년7개월 만이다. 처음 1천명을 넘어서는 데 18개월, 추가로 1천명이 늘어나는 데 13개월여가 걸렸다.
‘전사자 2천명’은 미국민들에게 새로운 슬픔과 저항을 불러오고 있다. <시엔엔방송>은 전사자들의 이름을 화면에 내보내며 추모음악을 틀었다. 상원과 하원은 회의 중에 묵념을 하기도 했다.
반전단체 ‘무브온’은 26일 저녁(한국시각 27일 오전) 미국 전역에서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병사들을 지지한다.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가 이들의 구호다. 아들을 이라크에서 잃고 반전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신디 시핸은 이번주 내내 전사자를 추모하는 농성을 백악관 앞에서 벌이겠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한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날 워싱턴 부근 볼링공군기지에서 미군 부인들과 만났다. “모든 희생은 가슴 아픈 것이다. 그러나 숨진 병사들을 기리는 최선의 길은 (이라크에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가 “이 전쟁은 더많은 희생을 요구할 것”이라고 인내를 호소했다.
그러나 미국민들의 인내는 한계선에 다다른 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 전한 해리스 인터랙티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3%가 이라크전이 잘못된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라크전이 정당하다는 의견은 34%였다. 지난 13일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철군 시한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52%로, ‘정해선 안 된다’는 의견(43%)을 넘어섰다. 존 뮬러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아무리 애를 써도 이라크전에 대한 국민 지지를 다시 회복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라크 정부가 자체 치안능력을 갖추는 시점을 철군의 적절한 시기로 꼽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내년부터 단계적 미군 철수가 가능하리란 희망적 분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바그다드를 담당하는 윌리엄 웹스터 3사단장은 지난 21일 “이라크군이 자체 작전능력을 가지려면 18개월~2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미군 철수는 곧바로 이라크 저항세력의 총공세를 불러오며 상황을 통제불능 상태로 끌고갈 것이라고 부시 행정부는 우려한다. 그러나 미군 주둔이 저항세력을 키우는 구실을 하고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조지 케이시 이라크 주둔미군 사령관은 최근 “미군 존재가, 점령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이라크인들에게 심어주고 있다”고 인정했다. 부시 행정부가 깊은 철군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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