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 유임된 농득마잉(65) 장군(가운데)이 25일 하노이에서 열린 제10차 전당대회 행사에서 응웬떤중(56) 수석 부총리(오른쪽), 응웬밍찌엣(64) 호찌민시 당 서기(왼쪽) 등과 함께 손뼉을 치고 있다. 하노이/AFP연합
삼두마차 중 농득마잉 서기장만 유임
‘도이머이’(개혁) 20년을 맞는 베트남 공산당은 25일 ‘3두체제’ 가운데 농득마잉(65) 서기장만을 유임시키는, 대대적인 지도부 개편을 단행했다.
쩡떤상 당 경제위원장은 이날 제10차 전당대회 폐막식에서 정치국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마잉 당 서기장에 이어 레홍아잉(56) 공안부장관을 당서열 2위, 응웬떤중(56) 수석 부총리를 서열 3위, 응웬밍찌엣(64) 호찌민시 당 서기를 4위, 쩡떤상 경제위원장 자신을 5번째로 발표했다. 주석과 총리 등 모든 정부직책은 다음달 16일 열릴 국회에서 공식 확인될 예정이다. 그동안의 관행에 따르면 당서열 2위는 외교·국방을 맡는 주석, 3위는 총리, 4위는 국회의장을 맡고, 5위는 당 서기국 서기를 맡게 되어 있었다.
이로써 ‘3두 마차’ 가운데 연로한 판반카이(72) 총리와 쩐득렁(68) 주석은 퇴장하고, 사위의 부패 추문 때문에 사임 압력을 받아왔던 마잉 서기장만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게 됐다. 150명이던 중앙위원이 160명으로 확대되면서 세대교체의 물결 속에 78명의 새 인물이 새로 뽑혔다. 지도부인 정치국원 14명 가운데서도 8명이 교체됐다.
마잉 서기장은 부패에 대한 자아비판의 분위기 속에서도 새로 구성된 중앙위원회에서 97%의 지지로 재신임됐다. 이는 합의와 조화를 추구하는 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 그리고 당의 보수적 성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7.4%의 성장률을 기록한 고도성장의 주역이었다는 공로도 고려됐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또 베트남의 민족적 영웅인 호찌민의 숨겨둔 아들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북부 박깐성의 소수민족인 따이족 출신인 마잉 서기장은 임업기술자로 출발해 91년 7차대회에서 정치국원에 발탁된 뒤 2001년 당서기장이 됐다.
이번 인사에서 또다른 특징은 그동안 3두체제를 북·중·남부에 한자리씩 골고루 분배하던 관행을 깨고, 주석과 총리 직에 모두 남부 출신의 동갑내기들이 기용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랜 당료생활을 거친 이 두 사람 모두 급진적 개혁을 추진할 인물들은 아니라는 평이다.
남부 끼엔장성 출신인 레홍아잉의 급부상은 최근 부각된 부패 추문의 척결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레홍아잉은 끼엔장성 서기를 지낸뒤 97년 중앙당에 진출해 2002년 8월 공안부 장관에 기용되는 등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응웬떤중은 까머우성 출신의 경제통으로 20년간의 군생활을 거쳐 중앙은행장을 지냈으며, 97년부터 부총리를 맡으면서 카이 총리의 후계자로 일찍부터 지목받았다.
베트남 공산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2010년까지 8%의 경제성장을 유지해 2020년까지 세계 주요공업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경제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목표를 위해 새 지도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도이머이’의 부작용인 부패 척결 △해외자본 차별 철폐 △세계무역기구 가입 등으로 지적되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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