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은 5일 오후(한국시각 6일 오전) ‘2·13 합의’에 따른 양국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첫날 회의를 열어 관계정상화에 앞서 해결해야 할 의제와 일정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수석 대표로 한 두 나라 대표단은 이날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안 유엔 주재 미국대사 관저에서 4시간30여분에 걸쳐 만찬을 겸해 회담했다.
힐 차관보는 6일 아침 재팬소사이어티에서 열린 공개강연에서 “첫날 회담 분위기는 건설적이고 업무적이었다”고 평가하고 “긴 하루가 될 둘째날 회의에서는 첫날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정치·법적인 면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쪽은 영변 핵시설과 건설 중인 발전소의 폐쇄뿐 아니라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이 의제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제안했고, 북한 쪽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 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힐 차관보는 또 2·13 합의 당시 약속한 방코델타아시아 북한 계좌의 동결해제 문제는 시한인 15일까지 해결될 것으로 본다며, 초기단계 이행을 마치고 빠른 시일 안에 다음단계로 진입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5일 미국 국무부의 숀 매코맥 대변인은 “이번 회담은 북한이 비핵화하기로 전략적 결단을 내렸는지 판단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날 코리아소사이어티 세미나에서 미국 쪽 참석자들은 김계관 부상에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실망할 것”이라며 북한 쪽의 전략적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미국은 둘째 날인 6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회담을 계속할 예정이며, 김 부상은 7일 새벽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을 방문 중인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의 핵심 조처인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제외는 “2·13 합의에 명시돼 있으며, 합의된 조처들은 되도록 빨리 이행하도록 돼 있다. 특정한 시한을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목표를 향한 과정을 이미 시작했다”며 빠른 진전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류재훈 특파원, 손원제 박민희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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