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시 총영사관의 접수창구가 한국 남성과 결혼해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젊은 베트남 여성들로 북적대고 있다.
펀드투자·국제결혼 교류 폭증
베트남 방문 한국인 수, 중국 눌러
한국 영사관 결혼비자 신청 폭주 “비가 오나요.” “건기라서 비가 안 옵니다.” “아니 그 비가 아니라 비가 공연을 하네요.” “아, 네. 3월10~11일 공연이 있는데 난리입니다.” 2월24일 밤 늦게 아세안 언론인교류 프로그램으로 호치민에 도착한 기자들과 공보관이 숙소로 가는 길에 나눈 대화다. 남부 호치민에서는 비의 공연이, 북부 하노이에선 4일 베이비복스의 공연이 있었다. 올해 한-베트남 수교 1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한국인들이 베트남으로 쇄도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영사관에는 베트남 신부들이 밀려들고 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베트남 방문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은 42만3천명으로, 중국에 이어 2위였다. 호치민 총영사관의 이철희 영사는 올들어 베트남펀드 등 투자와 관광 등으로 월별 방문객에서 한국이 중국을 누르고 1등이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거주 교민도 2006년 초 2만5천여명이던 것이 2006년 말에는 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년 새 두 배다. 당연히 영사관은 폭주하는 업무로 신음하고 있다. 호지민 총영사관 쪽의 설명에 따르면, 여권업무만 해도 2005년 1027건이던 것이 지난해엔 2089건으로 두 배 늘었다. 전화 팩스 및 전자민원 접수 건수는 1만2천여건에서 4만5천건으로 급증했다. 전국 곳곳에 내걸린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현수막과 한국인들의 쇄도, 그리고 베트남 영사업무의 폭증은 한 현상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호치민 총영사관의 경우 한해 1만5천건의 비자신청 가운데 절반 정도인 7천건이 결혼비자다. 2003년에는 불과 400건이었다. 결혼 비자를 받으려면 보통 30여일이 소요된다. 지난해의 경우 5일이면 됐다. 업무량이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위조서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을 했음에도 베트남 현지 관청에는 여전히 미혼인 사례가 여럿 있었다. 결국 베트남쪽 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게 됐다.
실질심사도 강화했다. 비자발급 업무를 맡은 김진영 영사는 “지난해 11월까지만해도 최종 비자발급 전에 어떤 인터뷰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을 가려내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 30여건의 결혼비자를 처리해야 한다. 한 건당 인터뷰 시간을 10분만 잡아도 5시간이다. 다른 일은 엄두도 못 낸다. 시간절약을 위해 김 영사가 만든 게 사전 인터뷰 설문지다. 이름·나이·교육 정도·한국어 능력 등을 묻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으로 돼 있다. 베트남 신부들은 100~200여명 가운데 미인대회 선발과 같은 절차를 밟아 선택된 뒤 약식 신혼여행을 끝내고 까다로운 서류심사까지 마쳤다. 어찌 보면 한국행의 마지막 관문이 이 면접이다. 영사 사무실 앞에선 30여명이 설문지를 쓰고 있었다. 모두 마치 대학입학 면접시험장에 온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앳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설문지의 한국인 남편에 대한 질문 가운데 이런 항목들이 있었다. △장애인 배우자 △이혼경력이 있는 배우자 △30살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 ‘해당자는 0표 하십시요’. 호치민/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한국 영사관 결혼비자 신청 폭주 “비가 오나요.” “건기라서 비가 안 옵니다.” “아니 그 비가 아니라 비가 공연을 하네요.” “아, 네. 3월10~11일 공연이 있는데 난리입니다.” 2월24일 밤 늦게 아세안 언론인교류 프로그램으로 호치민에 도착한 기자들과 공보관이 숙소로 가는 길에 나눈 대화다. 남부 호치민에서는 비의 공연이, 북부 하노이에선 4일 베이비복스의 공연이 있었다. 올해 한-베트남 수교 1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한국인들이 베트남으로 쇄도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영사관에는 베트남 신부들이 밀려들고 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베트남 방문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은 42만3천명으로, 중국에 이어 2위였다. 호치민 총영사관의 이철희 영사는 올들어 베트남펀드 등 투자와 관광 등으로 월별 방문객에서 한국이 중국을 누르고 1등이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거주 교민도 2006년 초 2만5천여명이던 것이 2006년 말에는 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년 새 두 배다. 당연히 영사관은 폭주하는 업무로 신음하고 있다. 호지민 총영사관 쪽의 설명에 따르면, 여권업무만 해도 2005년 1027건이던 것이 지난해엔 2089건으로 두 배 늘었다. 전화 팩스 및 전자민원 접수 건수는 1만2천여건에서 4만5천건으로 급증했다. 전국 곳곳에 내걸린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현수막과 한국인들의 쇄도, 그리고 베트남 영사업무의 폭증은 한 현상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호치민 총영사관의 경우 한해 1만5천건의 비자신청 가운데 절반 정도인 7천건이 결혼비자다. 2003년에는 불과 400건이었다. 결혼 비자를 받으려면 보통 30여일이 소요된다. 지난해의 경우 5일이면 됐다. 업무량이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위조서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을 했음에도 베트남 현지 관청에는 여전히 미혼인 사례가 여럿 있었다. 결국 베트남쪽 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게 됐다.
실질심사도 강화했다. 비자발급 업무를 맡은 김진영 영사는 “지난해 11월까지만해도 최종 비자발급 전에 어떤 인터뷰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을 가려내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 30여건의 결혼비자를 처리해야 한다. 한 건당 인터뷰 시간을 10분만 잡아도 5시간이다. 다른 일은 엄두도 못 낸다. 시간절약을 위해 김 영사가 만든 게 사전 인터뷰 설문지다. 이름·나이·교육 정도·한국어 능력 등을 묻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으로 돼 있다. 베트남 신부들은 100~200여명 가운데 미인대회 선발과 같은 절차를 밟아 선택된 뒤 약식 신혼여행을 끝내고 까다로운 서류심사까지 마쳤다. 어찌 보면 한국행의 마지막 관문이 이 면접이다. 영사 사무실 앞에선 30여명이 설문지를 쓰고 있었다. 모두 마치 대학입학 면접시험장에 온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앳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설문지의 한국인 남편에 대한 질문 가운데 이런 항목들이 있었다. △장애인 배우자 △이혼경력이 있는 배우자 △30살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 ‘해당자는 0표 하십시요’. 호치민/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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