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트남 주요 경제지표
인플레·무역적자…도이체방크 “통화위기 징조”
홍콩상하이은행은 “가치있는 시장…단기 하락세”
홍콩상하이은행은 “가치있는 시장…단기 하락세”
“베트남이 1997년 타이 바트화가 50% 이상 폭락했을 때와 유사한 통화위기로 갈 수 있다.”
10여년 전 아시아 전역을 뒤흔들었던 외환위기와 구제금융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 당시의 진원지가 타이였다면, 지금은 베트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년 동안 평균 7.5%의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아시아 신흥 개발도상국의 대표 주자로 촉망받아온 베트남 경제의 ‘성장통’은 상당히 심각하다. 지난달 말 모건스탠리의 통화위기 경고 이후, 고유가·인플레와 세계경제 둔화의 첫 ‘희생양’이 베트남이 될지 모른다는 예측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10년 전 아시아를 덮친 외환위기는 단기외채 급증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번 통화위기의 전조는 베트남 경제 전반에 낀 거품으로 인한 인플레와 무역적자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이 촉발한다는 게 조금 다르다.
베트남의 5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5.2% 상승했다. 1992년 이후 최고치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베트남 정부가 가속도가 붙은 인플레의 진행을 늦추는데 실패했다”며 “환율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동화 자산을 피하라”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뉴스>가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아시아 수석전략가인 추아 하크빈은 2일 “달러 대비 동화 가치가 앞으로 3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주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며 올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9%에서 7%로 하향 조정했다.
무역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4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경기 과열로 크게 늘어난 소비재 수입 등으로 올해 예상 무역적자가 국내총생산의 3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톰 바임 무디스 부사장은 온라인 경제전문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국제) 지급 압력이 빠르게 가중되면서, 외환보유고나 환율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지난 5월까지 유입된 153억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화불안의 직격탄을 맞은 베트남 증시는 올 들어 57%나 하락했다.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는 베트남의 투자 등급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통화위기의 문턱에 들어선 베트남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홍콩상하이은행의 게리 에번스는 “단기적으로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분명히 상당한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이들은 최근 상황을 고성장이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조정기’·‘냉각기’로 본다. 반면, 도이체방크와 제이피모건체이스는 베트남이 몇달 안에 국제통화기금의 신세를 지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류이근 김외현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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