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러·아랍도 공동전선…교황 “야만적 공격”비난
‘테러와의 전쟁!’
인도 뭄바이에서 발생한 테러로 전세계가 모처럼 한 목소리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와 흡사하다. 테러가 벌어진 곳이 뉴욕이 아니라 뭄바이란 점이 크게 다를 뿐이다. 당시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대테러 전선에 군말 없이 동참했다.
‘인도판 9·11’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한동안 명분과 활력을 잃었던 테러와의 전쟁으로 세계를 다시 몰아넣을 조짐마저 보인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27일 “뭄바이 공격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추적하는 데 필요하다면 어떤 조처도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곧바로 위로 전화를 걸어 “지지와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초래된 국제 경제질서의 새판짜기를 둘러싼 다소 엇갈린 이해가, 반테러 앞에서 크게 희석되는 순간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성명을 내 “중대하고도 긴급한 테러리즘의 위협”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인도와 다른 나라들과 파트너십을 계속 강화해, 테러 집단의 연결 고리들을 뿌리 뽑아 박멸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테러 전선이 다시 강화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영국의 데이비드 밀리반드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오늘 뭄바이에서 무고한 희생자들을 낳은 공격은 우리에게 다시, 폭력적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직면한 위험을 상기시킨다”며 “영국과 인도는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에 맞선 공동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테러리스트들에게 “강경한 대처”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억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던 테러는 다시 국제정치의 지배적 언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과 거리를 뒀던 러시아와 아랍 세계도 뭄바이 테러를 계기로 반테러리즘에 대한 전선에 기꺼이 함께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은 지난 7년 동안 세계를 이끌고 얼굴 없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곳곳에서 전쟁을 벌여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뭄바이 테러 사건을 “야만적인 공격”이라고 비난하고 “인류를 공격하는 모든 테러 행위를 중단할 것을 긴급히 호소한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가 우려한 “폭력의 발생”은 또다른 가해자의 더 큰 폭력을 낳을지 모른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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