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결선 불참 선언 하루만에…정통성엔 흠집
지저분한 게임이 끝났다. 아프가니스탄의 ‘왕관’은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도전자인 무소속 압둘라 압둘라 후보가 7일로 예정된 아프가니스탄(아프간) 대선 결선투표에서 불참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카르자이의 승리를 추인하는 절차가 예정된 듯 매끄럽게 이어졌다.
아프간 독립선거위원회는 2일 결선투표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윽고 아지줄라 로딘 선거위원회 위원장은 “첫 선거에서 다수표를 얻은 카르자이가 결선투표의 유일한 후보다. 그가 아프간의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공표했다.
이날 아프간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선거위원회의 발표가 나오자 “카르자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도 성명을 내 카르자이의 재선을 축하했다. 이로써 탈레반 정권의 붕괴 이후 2004년 치러진 첫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카르자이는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서 집권 2기 체제를 출범시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의 재선은 온갖 잡음과 정통성 시비로 얼룩졌다. 선거위원회는 지난 8월 아프간 1차 대선에서 카르자이가 50% 넘는 표를 얻었다고 발표했지만, 유엔이 후원한 선거민원위원회는 카르자이 지지표 가운데 거의 100만표가 부정표라고 밝혔다. 승리를 선언했던 카르자이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못 이겨 지난달 결선투표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쟁자인 외무장관 출신의 압둘라 후보는 선거위원회 위원장의 해임 등 부정선거 방지 조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투명한 선거가 불가능하다”며 경기를 포기했다. 찜찜한 승리는 2014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카르자이의 정통성에 지워지지 않는 흠집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 통치의 기반 또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카르자이가 민주적 절차를 밟아 재집권하기를 바라온 미국으로서도 최선의 시나리오를 얻지 못한 셈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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