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풍속 379㎞/h 사상최고
한국인 8명 소재파악 안돼
한국인 8명 소재파악 안돼
필리핀 중부 지역을 8~9일(현지시각) 강타한 ‘슈퍼 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200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최대 피해 지역인 레이테섬에 체류중인 한국인들도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관측으론 하이옌이 필리핀에 상륙할 당시 최대 순간풍속이 시속 379㎞를 기록해 사상 최악의 태풍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집중 피해 지역인 레이테주의 도미니크 페틸랴 주지사는 주도 타클로반에서 지역 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9일 밤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이 지역 사망자가 약 1만명이라는 추정치를 밝혔다고 현지 경찰 고위 관계자가 <에이피>(AP) 통신에 이날 전했다. 하지만 주도인 타클로반의 텍손 림 행정관은 인구 20여만명의 이 해안도시에서만 사망자가 1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사마르섬에서도 300여명이 숨지고 약 20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는 대부분 익사하거나 건물이 무너지면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지역의 통신·교통 마비로 피해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볼테르 가스민 국방장관은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 약탈에 나섰다”고 현지의 참상을 설명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현지 선교단체로부터 레이테섬에 한국인 두 가족, 8명이 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이 연락을 시도하고 있으나 현지 전화가 불통 상태라 생사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현지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는데다, 한인회 등 연락처도 없어 한국인 피해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피해지역인 레이테섬과 사마르섬은 인구가 각각 190만명과 170만명 규모로 농림수산업을 위주로 하는 빈곤한 지역이다. 레이테주 주도인 타클로반은 수도 마닐라에서 579㎞가량 떨어진 곳으로, 주변 도로와 공항 등이 폐허로 변했으며 곳곳에 수백구씩의 주검이 널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현장을 둘러본 서배스천 로즈 스탬파 유엔 재해조사단장은 현장을 둘러본 직후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직후에 이런 규모의 상황을 보았다”고 전했다.
필리핀 군 당국은 9일 오전 1만5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본격적인 구호활동에 들어갔다. 미국 국방부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미 태평양 사령부에 필리핀에서 인도적 구호 임무를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며 병력을 투입하는 등 국제사회도 서둘러 지원에 나섰다. 정세라 김규원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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