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락 총리 지지기반 농촌 공략
수조원대 쌀값 보조금 등 살포
반대여론 확산 막으려 페북 차단
총선 등 민정이양 일정엔 침묵
수조원대 쌀값 보조금 등 살포
반대여론 확산 막으려 페북 차단
총선 등 민정이양 일정엔 침묵
쿠데타로 정국을 장악한 타이 군부가 군에 저항적 태도를 보이는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탄압 수위를 높이는 한편, 축출된 잉락 친나왓 총리의 지지 기반인 농촌에는 수조원대의 쌀값 보조금을 뿌리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쌀값 보조금 지급은 잉락 정부의 대표 정책이다. 기득권층은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며 총선 거부의 구실로 삼았는데, 쿠데타 이후에는 정반대로 태도를 바꿔 직접 인심을 쓰고 나선 셈이다. 군부는 총선 등 민정 이양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방콕 포스트>는 타이 군정 당국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27일 자사 소속 기자 등 2명의 언론인을 소환했다고 전했다. 두 기자는 전날 쁘라윳 짠오차 육군 참모총장이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연 기자회견에 참석했는데, 민정 이양을 뜻하는 총선 시기와 관련해 부적절한 질문을 공격적으로 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당시 쁘라윳 총장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답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함구했다. 하지만 이들 기자들은 의회가 ‘조만간’ 구성될 수 있을 것인지, 쁘라윳 총장이 총리로 나설 것인지를 재차 질문해 총장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타이 당국은 28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차단했다.
잉락 정부의 짜뚜론 차이생 교육부 장관은 27일 쿠데타 이후 내각 구성원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내외 기자들 앞에서 총선을 요구했다가 현장에서 군인들에게 체포당했다. 잉락 정부 각료 대부분은 이미 구금됐다. 짜뚜론 장관은 방콕의 외신기자 클럽에서 “쿠데타는 타이 사회의 문제와 갈등을 풀 해법이 아니다. 나는 이 나라를 민주주의로 되돌리라고 요구할 권리와 자유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타이 군부가 각료를 이토록 눈에 띄는 방식으로 체포한 것은 군부에 저항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공개 경고”라고 짚었다.
군부는 이처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잉락 정부의 지지 세력인 ‘붉은 셔츠’의 뿌리인 농촌지역에는 920억밧(약 2조8000억원)의 쌀값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27일 전했다. 이는 타이 경찰의 연간 예산을 넘어서는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쌀값 보조금을 지급해 실질적 쌀 판매 수입을 두 배로 높여주는 정책이다. 잉락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이를 시행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지난해 중단했다. 방콕의 반정부 기득권 세력들은 “낭비하고 부패한 계획”이라고 비난하며, 잉락 총리를 반부패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부는 은행에서 정부가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예산을 조달해 지불금 집행을 명령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농부들이 돈을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는 제목으로 국영 신문 등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쿠데타에 대한 분노가 보조금 지급의 기쁨을 앞선다”고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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