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최악 강진
학교붕괴 수천명 건물더미에 묻혀
구조장비·의약품 태부족 ‘발동동’
학교붕괴 수천명 건물더미에 묻혀
구조장비·의약품 태부족 ‘발동동’
“완전히 폐허가 됐다. 마치 죽음의 도시 같다.”
지난 8일 오전 강진이 파키스탄을 덮쳤을 때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다가 고향인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주도인 무자파라바드로 돌아간 <로이터통신>의 줄피카르 알리 기자는 9일 위성전화로 이렇게 알렸다. 그는 “대부분의 집과 관공서와 상가 건물이 무너졌다”며 “얼마나 죽었고 얼마나 살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무자파라바드는 이번 지진에서 1만1천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최대 피해지역이다.
<지오티브이>는 이 도시의 군병원도 지진으로 붕괴돼, 간신히 운영되고 있는 병원 한 곳의 마당은 치료받을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넘쳐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100㎞쯤 떨어진 산간 휴양도시 발라코트에서 취재중인 <로이터통신>의 또다른 기자 자히드 후세인은 붕괴된 학교 건물 더미에 학생 200여명이 깔린 현장에서 비극을 전했다. “구해 주세요! 엄마 아빠한테 연락해 주세요!”라며 어린아이의 희미한 목소리가 잇따라 들려오는 가운데 학생의 어머니는 “우리 자식 좀 살려달라”며 가슴을 치며 울부짖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인근 사립 샤힌학교에서도 막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교실에 앉아 있던 아이들 650명이 지진으로 무너진 4층 건물에 갇혔다. 학교로 달려간 부모들이 6명의 주검과 19명의 다친 어린이들을 끄집어냈다. 다리를 다친 채 구조된 10대 소녀 부스라는 “지진이 났을 때 앉아 있었다. 일어나서 피신하려 했지만 모든 게 무너졌다. 나도 목까지 묻혀 있었다. 저 속에 많은 애들이 있다”고 말했다.
구조활동은 생존자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계속되는 여진과 턱없이 부족한 장비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맨손으로 혹은 삽이나 곡괭이, 쇠막대로 건물 더미를 헤집으면서 아이들을 찾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주민들은 경찰이나 구호기관을 찾아볼 수도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인구 2만명 가량인 이곳 주민들은 이 마을을 포함해 주변 7개 산간마을에서 약 2500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친 사람도 수천명에 이른다. 건물의 태반이 무너진 발라코트 지역에는 먹을 것도 쉴 곳도 별로 없다. 생존자들은 근처 부서진 상가에서 가져온 음료수와 비스킷으로 연명하고 있다. 주검들도 길거리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발라코트로 오는 길목도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막혀버려 유일한 방법은 걷는 것뿐이다. 육상을 통한 구조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로이터통신>의 한 기자는 발라코트로 8㎞를 걸어오는 동안 105구의 주검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집을 덮친 바윗덩이에 얼굴과 몸 한쪽을 다친 4~5살배기 여동생을 데리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한 소년은 “붕대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의사도 없고 아무도 없어요…. 어디로 가야 돼요?”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발라코트에서 한센병 센터를 운영하는 독일인 여의사 크리스 슈모터는 “병원 지붕이 무너져내려 환자 6명이 죽고 20명이 다쳤다”며 “17년 동안 난민들을 돌봐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망연자실했다. 아내와 어머니, 네 아이를 한꺼번에 잃은 주민 하지 나와즈는 “사방이 흔들리면서 산에서 돌덩이가 굴러 떨어졌다”며 “1분도 안돼 마을의 절반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그는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여자들도 봤다”며 “딴 나라에는 군대도 보내고 의사들도 보내면서 여기 오는 데는 왜 이리 시간이 걸리느냐”며 정부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친척 25명의 주검을 수습하기 위해 라왈핀디에서 서둘러 왔다는 의사 자베드 아흐타르는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한달이 지나도 건물 더미 속에서 주검들을 수습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너진 학교 건물에 갇힌 아이들을 구해내는 일”이라며 “뭔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구조용 중장비 동원도 이뤄지고 있는 이슬라마바드의 구조현장에서 한 구조대원은 “건물 더미 속에서 2명을 구해냈다”며 “몇시간이 지나고 나선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하루를 넘기면서 건물 더미에 묻힌 생존자들의 생명의 시간을 붙잡고 있는 시간은 거의 바닥나고 있다. 류재훈 기자, 외신종합 hoonie@hani.co.kr
집을 덮친 바윗덩이에 얼굴과 몸 한쪽을 다친 4~5살배기 여동생을 데리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한 소년은 “붕대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의사도 없고 아무도 없어요…. 어디로 가야 돼요?”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발라코트에서 한센병 센터를 운영하는 독일인 여의사 크리스 슈모터는 “병원 지붕이 무너져내려 환자 6명이 죽고 20명이 다쳤다”며 “17년 동안 난민들을 돌봐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망연자실했다. 아내와 어머니, 네 아이를 한꺼번에 잃은 주민 하지 나와즈는 “사방이 흔들리면서 산에서 돌덩이가 굴러 떨어졌다”며 “1분도 안돼 마을의 절반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그는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여자들도 봤다”며 “딴 나라에는 군대도 보내고 의사들도 보내면서 여기 오는 데는 왜 이리 시간이 걸리느냐”며 정부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친척 25명의 주검을 수습하기 위해 라왈핀디에서 서둘러 왔다는 의사 자베드 아흐타르는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한달이 지나도 건물 더미 속에서 주검들을 수습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너진 학교 건물에 갇힌 아이들을 구해내는 일”이라며 “뭔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구조용 중장비 동원도 이뤄지고 있는 이슬라마바드의 구조현장에서 한 구조대원은 “건물 더미 속에서 2명을 구해냈다”며 “몇시간이 지나고 나선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하루를 넘기면서 건물 더미에 묻힌 생존자들의 생명의 시간을 붙잡고 있는 시간은 거의 바닥나고 있다. 류재훈 기자, 외신종합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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