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책임 있다…재판 기다렸다” 캄보디아 ‘킬링필드’ 전범, 누온 체아
전 공산당 부서기장 누온 체아
캄보디아 ‘킬링 필드’의 핵심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누온 체아 전 캄보디아 공산당 부서기장(78)이 학살의 책임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유엔이 주도하는 국제전범재판정에 출두할 의사를 밝혔다.
지난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캄보디아를 공포정치로 이끈 크메르 루주 지도자 폴 포트 아래서 한때 2인자로 군림했던 그는 6일 영국 <비비시방송>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책임이 있다. 부인하지 않는다”고 실토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캄보디아 공산혁명 기간 중 인구의 4분의 1 가량이 처형당하거나 굶어죽었으나 실각한 뒤 그 누구도 재판에 회부되지 않았다.
그는 “우리들의 실책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현장시찰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에서 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를 설명할 것”이라면서 “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를 포함한 지도자들은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크메르 루주 잔존세력의 은거지인 타이 접경 서북부 파이린에서 도피 생활 중인 그는 “지난 1975년에 이뤄진 캄보디아의 해방은 너무 일찍 찾아왔다”고 말했다.
누온 체아는 “당시 정권을 잡은 우리는 진정한 혁명 간부를 양성할 시간이 부족한데다 반역자들이 당 내부에 암약하면서 쌀 수확 활동을 파괴했다”면서 “당 간부뿐만 아니라 지역 책임자들 가운데도 이런 반역자들이 많이 암약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천 명의 캄보디아 사람들에 대해 직접 처형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그는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살해하지 않았다. 살해된 사람들은 대부분 나쁜 사람들이었다”고 발뺌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1976년 이후 캄보디아 전역에서 이뤄진 조직적인 고문과 처형정책을 이끈 것은 ‘질 나쁜 반동’들의 소행이라고 폴 포트의 거대한 사회주의 실험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엔은 8년간 준비 끝에 내년 초 크메르 루주 전범 단죄를 위한 국제전범재판소 개정할 예정이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하노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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