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쯔이·궁리가 게이샤로 나오다니… 체면 깎는다”
‘브로크백 마운틴’도 불허
‘브로크백 마운틴’도 불허
중국 당국이 <게이샤의 추억>과 <브로크백 마운틴> 등의 개봉을 잇따라 금지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국가방송영화총국은 최근 중국 배우가 일본 게이샤를 연기한 <게이샤의 추억>(중국명 ‘예기회억록’)과 동성애를 다룬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중국명 ‘단배산’)의 개봉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비비시> 중국어판이 4일 보도했다. <게이샤의 추억>은 아카데미상 발표를 지켜본 뒤 오는 19일 개봉할 예정이었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소니쪽 관계자는 “중국 당국은 지난 11월 이미 영화의 개봉을 허락했었다”며 이번 조처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게이샤의 추억>은 장쯔이, 궁리, 양쯔징 등 중국 1급 여배우들이 게이샤로 출연해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민족감정을 해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 누리꾼은 “중국 배우들이 게이샤를 연기한 장면은 중국 위안부가 일본군에 유린당한 역사를 연상케 만든다”며 “장쯔이의 게이샤 연기는 중화민족의 감정과 체면을 손상시켰다”고 썼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누리꾼은 “‘예기’는 ‘기녀’와 다르다”며 “장쯔이가 ‘게이샤’ 역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중국인의 체면을 깎는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홍콩 영화평론가 린차오잉은 중국 당국의 개봉 금지에 대해 “당국은 협소한 민족주의 시각으로 ‘유치’와 ‘애국’을 혼동하고 있다”며 “여론재판으로 예술작품을 재단하는 대신 공평한 상업적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을 포함해 8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 감독은 개봉 금지 결정 소식을 전해듣고 약간 흥분했으나 “놀라운 일”이라고만 말했다고 <아주시보>가 4일 전했다. 중국은 ‘동성애’를 여전히 금기시 하고 있으며, 장위안 감독의 <동궁서궁>(1996년) 등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은 지금까지 모두 상영 금지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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