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대립·이견 심각
물권법, 좌파 반격에 전이대 상정도 못해
‘체제성격’ 논쟁, 천안문사태 이후 첫 등장
물권법, 좌파 반격에 전이대 상정도 못해
‘체제성격’ 논쟁, 천안문사태 이후 첫 등장
중국이 ‘사유재산’ 보장의 수위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사유재산권을 규정하는 ‘물권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은 개혁의 목표가 자본주의냐 아니면 사회주의냐라는 체제 논쟁으로 비화됐다. 체제논쟁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처음이다.
소유제를 둘러싼 논쟁=전국인민대표대회 10기 4차 전체회의(전인대 10기4차전회) 개막에 앞서 지난달 말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번 회의에서도 물권법 제정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10년 전부터 기초를 시작한 물권법 제정 움직임은 2003년 3월 후진타오 주석의 제4세대 지도부가 출범한 이래 더욱 구체화됐다. 2004년 전인대 10기 2차 전체회의는 ‘사유재산 보호’를 명시한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켜, 물권법 제정의 헌법적 기초를 다졌다. 그런데도 물권법은 올해 전인대에서도 다시 서랍 안으로 들어갔다. 사유재산의 범위, 행사방법, 공증방식, 사유재산의 보장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물권법을 둘러싼 대립이 너무도 예민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물권법의 제정이 토지와 공장 등 생산수단의 ‘공유’를 이념으로 한 사회주의의 ‘소유관’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물권법 반대 인사는 베이징대학의 ‘구좌파’인 궁셴톈 교수(법학)다. 궁 교수는 이번 전인대 10기4차전회 개막 전에 질의서를 내 “물권법이 사회주의적 소유를 부정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궁의 글은 “논리적으로 거칠고 옛 좌파의 낡고 극단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런데도 물권법 관련 논의를 3년 전의 원점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홍콩 <아주시보>가 6일 보도했다.
최근 한시야 전 전국총공회(노동조합) 서기처 후보서기와 마빈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고문이 후 주석의 측근인 정비젠 개혁개방논단 이사장을 공개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좌파의 반격’으로 이해된다. 한·마 두 ‘구좌파’는 “중국이 지구화에 온몸을 던져선 안 된다”며 “중국이 미국 주도의 지구화에 편승하는 것은 반제투쟁을 주창하는 헌법과 당헌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재에 나선 후진타오=후 주석 체제는 시장화 개혁과 더불어 사회모순 완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주의자들과 좌파 어느 한쪽만 지지 또는 비판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 6일 전인대 회기 중 후 주석은 상하이대표단과 만나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지속을 위한 개혁 심화와 개방 확대 △대외무역 성장 방식을 전환해 외자기업의 투자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국가 경제안보도 돌아볼 것 등 개혁개방에 관한 네 가지 관점을 제시했다. 이는 좌파들의 비판에 대한 반응이라고 홍콩 <아주시보>가 7일 보도했다.
그가 개혁개방의 지속을 강조한 것은 좌파의 반격으로 인해 경제성장 기조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가 “각 분야의 현안을 잘 돌볼 것”과 “국가 경제안보를 돌아볼 것” 등을 함께 강조한 것은 빈부격차 해소와 경제안보 강화를 통해 좌파의 비판적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아주시보>는 풀이했다. 주쉐친 상하이대 교수는 “오늘날 중국은 어떤 개혁도 멈추는 대신 추진해야 하며, 어떤 개혁도 늦추는 대신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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