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국 무역적자 연 2천억 달러…위안화 절상 압력 더 거세질 듯
며칠새 중국에 고무적인 뉴스 두가지가 보도됐다. 하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세계 1위로 올라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내용의 법안 처리가 연기됐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28일 중국 관영 매체인 <차이나 비지니스>를 인용해 중국 외환보유고가 2월말 현재 8537억달러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몇년 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일본(8501억달러)을 간발의 차이로 앞지른 것이다. 올들어 두달 간 348억달러가 늘어난 추세로 미뤄 올해말에는 중국 외환보유액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개방정책을 편 지 30년도 안 돼 이룬 실적이다. 저임금에 바탕한 수출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의 저력을 새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의 린지 그래험, 찰스 슈머 두 상원의원은 28일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대중무역보복법안 표결을 오는 9월까지 보류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크게 절상하지 않으면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27.5%의 관세를 매긴다는 이 법안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달 방미를 앞두고 31일 처리될 예정이었다. 중국으로서는 ‘앓던 이’하나를 뺀 셈이다.
하지만 중국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중국 외환보유고가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래험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 표결이 연기된 것과 동시에 미 상원에서 새로운 중국 무역제재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미 정부의 위안화 정책이 변화될 낌새도 없다. 오히려 환율개혁이란 이름 아래 중국에 대해 직·간접적인 절상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회담은 미국 정부의 이런 요구가 집중적으로 전달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위안화의 절상폭은 미국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지난해 7월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2.1% 올리고 고정환율제도인 달러페그제를 폐지했으나 그 뒤 위안화 상승폭은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2016억달러로 급증했다. 중국도 뭔가 ‘성의’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그런 약속을 비공개적으로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험 의원 등이 법안 표결을 보류한 것도 그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중국이 양보할 수 있는 선에는 한계가 있다. 위안화를 대폭 절상하면 부실기업과 실업자 문제 등을 악화시켜 중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위안화 절상만으로 미국의 적자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게 중국으로서는 위안 거리다. 이들은 미국 무역적자를 줄이려면 미국 이외 국가들의 내수 부양과 함께 미국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구조개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고 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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