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일 우호방문단 만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31일 “앞으로 일본 지도자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을 열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후 주석은 이날 오후 3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 등 일본의 일-중 우호단체 7개 연합 방문단 대표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일본 대표단 관계자가 전했다.
후 주석은 대표단의 질문에 답하면서 “야스쿠니 신사는 2차대전 전쟁범죄자들이 있는 곳이므로 민간의 참배는 어쩔 수 없지만 정치지도자들의 참배는 곧 일본 정부의 정책을 뜻하기 때문에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정치지도자들은 마땅히 전쟁 피해국 인민들의 정서를 손상시키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일본 문부성의 검인정을 통과한 일본 교과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후 주석은 또 이날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들머리 발언을 통해 “일본의 중-일 우호단체들이 두 나라 건교 이후 오랜 세월 동안 두 나라 교류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두 나라 관계가 위험에 빠진 오늘 민간 우호협력의 강화가 두 나라 관계 발전에 적극적인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방중한 일본의 일-중 우호단체는 일중우호협회, 일중우호의원연맹, 일중문화교류협회, 일중경제협회,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 일중협회, 일중우호회관 등 일곱 단체로, 이들이 연합 방문단을 구성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방문단에는 단장인 하시모토 전 총리를 비롯해 노다 다케시 전 자치성 장관(일중협회 회장), 고무라 마사히코 전 외무성 장관(일중의원연맹 회장) 등 중국과 우호관계를 주장해온 일본 정치계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보다 앞서 방중 대표단은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쪽 중일우호협회, 대외우호협회, 전국청련 등 다섯 단체와 연석회의를 열어 두 나라의 정치적 긴장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지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 쑹젠 중일우호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두 나라 정치관계가 엄중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중 우호단체 연합회는 지금까지 장쩌민 전 총서기, 리펑 전 총리, 주룽지 전 총리 등 중국의 주요 인사들을 일본에 초청하는 등 중-일 관계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4월 일본 문부성의 역사왜곡 교과서 검인정 통과 이후 중국에서 반일시위가 벌어지자 중국의 중일우호협회, 대외우호협회 등 60여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중-일 평화와 선린우호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4년 2월 중국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시에서 일본군이 남기고 간 화학무기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는 보상을 위한 ‘기금’ 마련에 앞장서기도 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