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불균형 관련 美주장 조목조목 반박
"중국-미국간 무역 불균형은 미국이 안보와 기술유출을 이유로 첨단제품의 대(對)중국 수출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성공적 방미를 위해 미국 제품 구입에 적극 나서는 등 잇따른 '성의' 표시를 하고 있으나 정부 당국자들과 경제.산업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장하는 무역불균형 원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제17차 중.미통상무역위원회 합동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우이(吳儀) 부총리는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에서 대(對)중국 적자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며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을 중국으로 돌리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은 비록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지만 미국 국민은 저렴한 중국제품을 사용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 왔다.
보 부장은 또 "지난 2년 동안 중국의 미국산 첨단제품 수입 증가율이 유럽산 첨단제품 수입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양국간 무역 불균형의 원인은 중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첨단제품 수출을 규제하는 미국의 무역정책 때문이라는 설명했다.
경제학자들도 이들 무역분야 최고위 당국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거시경제연구원 린자오무(林兆木) 교수는 "작년 한해 동안 중국이 수입한 첨단제품은 모두 2천억달러(약 190조원) 규모로, 그중 미국산 첨단제품은 8%에 불과하다"며 보 부장과 같은 논리를 폈다.
◇ 위안화 저평가 문제 = 미국은 대중국 무역적자의 주요원인으로 저평가된 위안화를 꼽고 중국의 위안화 변동폭 확대와 대대적인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작년 7월 10년간 지속했던 페그제를 폐지하고 통화바스켓제도를 도입한 이래 위안화가 절상추세를 유지하고 있고, 위안화 환율은 정부 조작이 아닌 시장기능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가 20% 평가절상하더라고 미국 무역적자 규모는 0.5% 감소하는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중국산 제품이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으면, 미국은 수입대상국을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 등 다른 저임금 국가로 돌리기 때문에 총제적인 미국 무역적자 규모는 크게 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 기업들이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수출가 인상 압박을 받으면 제품의 국제가격을 높이기보다 노동임금을 줄이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는 것도 위안화 평가절상이 양국간 무역불균형 해소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 시장접근 문제 =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달 30일 중국서 생산되는 자동차가 60% 이상의 수입부품을 사용할 경우 이들 부품에 완성차 수입과 같은 고율 관세가 적용되는 것은 불공정 무역정책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절차에 착수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완성차 수입에 부과하는 관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부분의 부품을 수입한 후 중국 내에서 조립만 하고 있어 중국 자동차산업 발전에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자황(吳家煌) 상무부 세계무역기구연구회 부회장은 "중국은 WTO 가입 후 자동차 관세를 계속 내려 현재 28% 정도며, 자동차 부품은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우 부회장은 수입부품 비율이 60%를 넘는 자동차의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데 대해 "몇몇 외국기업들이 관세정책을 악용해 탈세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적재산권 침해 = 미국은 최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불평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이 미국의 무역적자 해결에 큰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의 지재권 보호 강화로 자국이 받을 수 있는 지재권 사용료가 양국간 무역불균형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 상무부장은 지난 11일 지재권 보호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지재권 침해 때문이라는 것은 과장"이라며 "미국이 첨단제품 수출을 막고 있어, 미국서 수입되는 제품중 지재권 보호를 요구할 만한 제품의 비율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표민찬 특파원 minpyo@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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