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위험있는 말라카해협 의존도 줄이고 거리 단축위해
중국이 올해 안에 미얀마를 통과하는 송유관 건설에 들어간다.
수입석유의 80%를 인도양~말라카 해협~남중국해로 이어지는 석유수송 통로를 이용해 옮겨오고 있는 중국은 ‘말라카 해협’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올해 안에 1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미얀마를 관통하는 송유관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홍콩의 친중국계 신문 <문회보>가 16일 보도했다.
이번에 건설될 송유관은 총 길이 900㎞로, 벵골만에 자리한 미얀마 서부의 시트와항에서 출발해 미얀마 중부의 교통 요지 만달라이와 중국 쪽 국경도시인 윈난성 루이리를 거쳐 윈난성의 성도 쿤밍까지 이어진다. 시트와항은 20만t급 유조선이 충분히 정박할 수 있는 심해항으로, 서쪽 방글라데시 국경과 불과 120㎞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실어오는 원유를 가장 빨리 육지의 송유관으로 옮겨 실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송유관이 완공되면 말라카 해협으로 우회하는 통로보다 적어도 3600㎞ 이상의 거리를 단축하게 돼 운송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중국·일본·미국 등의 안보 이해가 집중된 ‘말라카 해협’의 봉쇄 위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말라카 해협은 미국·일본 등 다양한 정치세력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데다 ‘해적’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어 중국 ‘에너지 안보’의 ‘병목지역’으로 불려왔다.
이와 관련해 미얀마 정부는 ‘송유관 노선’을 따라 철도를 새로 깔거나 보수할 예정이다. 현재 시트와항~만달라이~루이리 구간에는 절반 정도의 거리에만 철도가 놓여 있다.
중국은 또 송유관으로 실어나른 원유를 정유·제련하기 위한 종합 정유시설을 중국 서남지역에 건설할 방침이다. 중국 국무원 발전개혁위원회 에너지연구소의 쑨아무개는 “현재 란저우, 청두, 충칭 등지의 정유 시설은 서남지역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미얀마 송유관을 통해 쿤밍에 도착한 원유를 처리하기 위해 주변에 정유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수입 원유 수송 노선의 다양화를 통해 ‘말라카 해협’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카자흐스탄, 중~파키스탄, 중~미얀마를 잇는 송유관의 건설을 동시에 추진해왔다. 연간 2000만t을 수송할 수 있는 중~카자흐스탄 사이의 송유관은 다음달 개통될 예정이며, 중~파키스탄 사이에는 송유관 건설의 정지 작업으로 파키스탄 서부의 심해항인 과다르항을 중국이 투자해 현대적으로 재개발하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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