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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마르크스가 중국에서 글을 쓴다면 정부 검열 통과할 수 있을까?

등록 2006-04-20 13:22

추리번홍콩 <아주주간> 편집장
추리번홍콩 <아주주간> 편집장
[천안문의 마르크스]2. 새로운 인클로저, 개발구
기고/추리번홍콩 <아주주간> 편집장
마르크스는 일찍이 자신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만약 마르크스가 오늘날 부활해 중국 도시의 거리를 걸어본다면, 혹은 중국의 농촌을 둘러본다면, 그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깃발을 내걸고 다스리는 국가가 자신이 품었던 이상과 얼마나 어긋났는지에 대해 매우 크게 놀랄 것이다.

그가 사회주의 중국의 과거를 돌아본다면 놀랄 일은 더 많아질 것이다. 만약 그가 1950년대의 반우파 투쟁이나 1960~70년대의 문화대혁명을 목격했다면 까무러칠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그렸던 유토피아의 이상이,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1984년>의 세계처럼 ‘만민평등’의 구호 아래 한 무리의 지배층을 제외하곤 대다수가 ‘빈곤의 평등’을 누리는 디스토피아를 낳은 사실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르크스가 만약 지난해 12월23일 홍콩에 와 세계무역기구(WTO) 대회장 바깥에서 벌어진 반WTO 시위대열과 만났다면 그는 어느 쪽에 섰을까. 아마도 마르크스는 소란한 군중 속에서 우울증을 앓았을지도 모른다. 본디 그는 우울한 철학자였다. 120여년 전 그는 ‘빈곤의 철학’ 속에서 ‘철학의 빈곤’을 발견했다. 그러나 세계는 너무 복잡했다. 그의 ‘과학적 사회주의’는 인류 사회 발전의 객관적 법칙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도리어 권력의 소용돌이에 빠져 인위적 재난을 빚어냈다.

중국에 온 마르크스가 아마도 가장 견디기 어려운 권력 남용은 언론 검열일 것이다. 당시 <라인신문>의 편집을 맡았던 마르크스는 신문 검열관과 끊임없이 투쟁했다. 오늘날 중국의 인터넷 검열관과 숨바꼭질하고 있는 중국 인터넷의 ‘블로그’ 매체들처럼 말이다.

만약 마르크스가 오늘날 중국에서 활동한다면 그의 글은 중국 검열관을 통과할 수 있을까? 중국 인민은 머리 위에 세 개의 산을 이고 있다고 한다. 무너진 기초 교육, 구멍 뚫린 공공 의료, 서민과 거리가 먼 부동산 등이 그것이다. 마르크스가 이 문제들을 분석한다면 그의 글은 검열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중국 당국의 관방 마르크스주의를 어떻게 평가할까?

1883년 마르크스는 겨우 65살의 나이에 세상을 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마르크스는 일종의 ‘문화 부호’로서 끊임없이 해석되고 소비됐다. 지난해 6월 ‘시대의 획을 그은 가장 위대한 철학자’를 뽑는 영국 <비비시(BBC)>의 시청자 투표 결과 마르크스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을 때 사람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강조했던 휴머니즘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 그가 추구했던 사회 정의는 오늘날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사회 개혁에 대한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가난한 중국 농촌에서 학업의 기회를 잃은 1000만의 어린이들, 번화한 도회지의 밑바닥 층을 이루고 있는 1억이 넘는 농민공들, 옥중에 갇힌 <남방도시보>의 위화펑을 생각할 때 중국의 현실과 마르크스의 이상은 거리가 너무나 멀다. 그러나 그렇게 먼 것만은 아니다. 마르크스의 이론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통해 잃어버린 사회 정의를 회복하고 사회 개혁을 이끌어갈 새로운 역량을 찾아낸다면, 아마도 마르크스는 더 이상 마르크스주의로 인해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loppoon@mingp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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