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사우디 방문 “전략석유 비축하게 수출 늘려달라”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2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222~24일), 모로코(24~26일), 나이지리아(26~27일), 케냐(27~28일) 등 중동과 아프리카의 산유국 순방에 나섰다. 미국 방문이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략 외교’였다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순방은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실리 외교’이다.
후 주석과 압둘라 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지난 22일 정상회담에서 에너지와 국방 영역의 협력에 관한 새로운 협정에 서명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인터넷 중문판이 24일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후 주석은 회담에서 “중국은 사우디의 도움 아래 새로운 전략 석유 비축시설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이는 매년 2000만t에 이르는 사우디의 대중국 원유 수출 총량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003년부터 전략 석유 비축 사업을 추진해온 중국은 3차례의 5개년 계획을 세워, 저장량 총 1억 배럴에 이르는 1단계 전략비축기지 4곳을 산둥성 칭다오, 랴오닝성 다롄 신항, 저장성 저우산과 닝보 등지에 건설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중국 원유 수입량의 17%에 이르는 2218만t의 원유를 중국에 수출해, 중국 최대의 원유 수입국이다. 사우디가 중국에 제공할 전략 석유량은 두 나라 실무진의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이 전략 석유 비축 기지는 중국 남부 하이난다오에 건설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이미 중국과 푸젠, 칭다오 등지에 정유공장 건설을 추진해왔다. 사우디 국영석유공사는 중국석화와 푸젠에 대형 정유공장을 짓기로 합의했고, 칭다오에도 두 나라 합작으로 대형 정유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후 주석은 또 23일 사우디 동부 지역을 방문해 다란석유, 사우디아라비아석유공사 등 국영 석유기업의 고위 간부들과 회견했다. 중국은 사우디가 앞으로 15년 동안 6249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추진하고 있는 이 지역의 석유·천연가스 개발, 발전소·철도·전신 건설, 바닷물 담수화 설비 등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사우디와 중국의 접근은 9·11 이후 사우디와 미국 사이의 기류 변화와 중국의 실리 외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웨이젠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 중동연구실 주임은 “사우디는 9·11 이후 이슬람 세계에 많은 적을 만들어낸 미국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사우디는 세계 제2대 석유 소비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 주석 또한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가 경제·무력 제재로 해결하자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외교를 통한 해결”을 주장함으로써 중동 국가들과 보조를 맞췄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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