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달러화 위조 외에 마약밀매까지 하고 있다는 미국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둘러싸고 양측 간에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한 고위관리가 '한반도발 마약 위협'에 공식 언급해,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의 관세청 격인 중국 해관총서 밀수단속국의 류샤오후이(劉曉輝) 부국장은 9일 해관총서.국가마약단속위원회.공안부 등 3개 부처 관계자들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지린(吉林)성, 랴오닝(遼寧)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지방도 실제로 한반도의 마약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류 부국장의 발언은 한국을 경유지로 삼아 중국에 밀반입되는 마약사건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터여서 북한만을 염두에 두고 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마약밀매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한 상황에서 관계 당국 고위관리가 한 말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류 부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통적인 마약 생산지인 '황금의 삼각지대(골든 트라이앵글)'에 의한 위협 외에 또 어떤 새로운 마약 위협이 있는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중국의 출입국항은 모두 마약 반입 및 침투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통적인 위협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3개국 인접지역인 '황금의 삼각지대'이고, 또 하나의 마약 공급원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등 3개국 인접지역에 위치한 '황금의 초승달지대'이며 "동북도 실제적으로 조선반도의 마약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답변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해관총서 판공청의 류광핑(劉光平) 주임은 지난 3월15일 해관총서 광둥(廣東)분서와 선전.광저우.궁베이(拱北).상하이 세관이 미국 마약단속국(DEA) 및 홍콩 세관과 합동으로 대규모 국제마약 밀수사건을 적발, 혐의자 9명을 검거하고 코카인 142.7㎏과 인민폐 17만위안 등 밀수자금을 압수한 바 있다고 밝혔다.
류 주임은 "중국과 미국의 마약 단속 부서가 그동안 양호한 조사.협력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이번 조사는 DEA가 중국 내지의 세관 밀수단속국과 협력한 첫 사례"라면서 "이는 향후 양국간 협력의 전범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4월부터 '마약단속 인민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이날 발표 자료를 통해, 동북지방에 대한 마약단속을 강화, 구역별 밀매 정보망을 적극 구축하는 한편 정보 배포 및 통제, 안건 처리를 강화함으로써 각지역.각부문의 마약단속 공조체제 완벽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돈관 특파원 don@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don@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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