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과 중국 누리꾼 사이의 새로운 숨바꼭질이 다시 시작됐다.
조짐은 지난달 말부터 있었다. 중국 당국이 열람을 금지하고 있는 사이트와 접속하기 위한 ‘검열 돌파 프로그램’들이 하나둘 잘 작동되지 않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적지 않은 누리꾼들은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다이나패스(Dynapass), 울트라서프(Ultrasurf), 프리게이트(Freegate), 가든 네트워크(Garden Networks) 등 서방세계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금지된 해외 매체에 접속해왔다. 이 프로그램들은 조금씩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는 있지만 대체로 인터넷 검열이 없는 서방의 수많은 인터넷 서버와 먼저 접속하도록 한 뒤, 이 서버를 통해 금지된 해외 매체에 접속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또 이 프로그램들은 버전을 바꿔가며 접속 서버의 주소를 수시로 변경해왔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하는 비교적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자들을 감옥에 가둬두고 있는 언론 탄압 국가인 중국이 이런 간단한 프로그램에 굴복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실제로 중국은 적어도 3년 전부터 ‘검열 돌파 프로그램’들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거대하고 강력한 인터넷 검열 프로그램의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리장성을 영어로 ‘그레이트 월(the Great Wall)’이라 부르는 데 빗대어 ‘그레이트 파이어월(the Great Firewall)’이란 별명으로 불려온 이 ‘사이버 통제 종합 감시 시스템’이 지난달 24일 드디어 중국의 네트워크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그레이트 파이어월의 파괴력은 강력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검열 돌파 프로그램’이 무력화됐다. ‘울트라서프’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금지된 해외 매체에 접속해오던 중국 지식인 사회는 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변했다. 중국 당국이 허용하는 페이지 이외에는 모두 다음과 같은 에러 메시지만이 떠올랐다.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검색할 페이지는 현재 사용할 수 없습니다. 웹 사이트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거나 브라우저의 설정을 변경해야 합니다.”
중국에서 접속할 수 없는 언론 매체에는 미국·캐나다 등지에 본부가 있는 망명 중국 민주 인사들이 운영하는 반체제 중국어 매체인 <베이징의 봄>과 <민주통신> 등, 미국으로 망명한 파룬궁 수행자들이 펴내는 인터넷 매체인 <대기원시보>와 <탕런제(당인가)> 등, 서방의 관점을 대변하는 <자유 아시아 방송>과 <미국의 소리> 등이 포함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명보> <아주시보> <평과일보> 등 홍콩의 대다수 매체들도 포함된다. <중앙통신> <중국시보> 등 대만의 모든 언론 매체에 접속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영국방송공사(BBC)> 중문판이나 검색 사이트 ‘구글 뉴스’의 영문판 등도 중국 대륙에서는 접속할 수 없다.
특히 이번에 장착된 그레이트 파이어월은 누리꾼의 메일 상자까지 뒤적거리는 강력한 검열기능까지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서 보내온 메일 안에 중국 당국이 금지하는 정보가 들어있는 경우 이 메일의 열람을 차단하는 매우 무례하고 고약한 기능이다.
중국 당국의 언론 통제를 가장 준엄하게 비판해온 자오궈뱌오 전 베이징대 교수(43·언론학)는 인터넷 정보 봉쇄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중국 당국을 크게 비난하고 나섰다. “언론 검열을 위해 첨단의 통제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낭비도 없다. 그 기술 또한 첨단기술임에는 틀림없겠지만, 그 기술이 도대체 인류의 복지 향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또 그 첨단기술은 중국 대륙 이외에는 거의 쓸모가 없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 그 기술을 수출할 것인가. 그러므로 인터넷 검열을 위한 첨단 프로그램의 개발은 자본과 기술과 인력을 가장 해괴한 방식으로 낭비한 사건으로 인류의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내가 예견하건대, ‘검열 돌파 프로그램’의 개발자들은 반드시 현재 중국 당국이 개발한 검열 프로그램을 돌파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낼 것이다. 그러면 중국 당국은 다시 거액의 자본과 인력과 시간을 낭비해 새로운 방화벽의 만리장성을 쌓을 것인가? 이 얼마나 인류 앞에 부끄러운 희극인가?”
중국의 인터넷 검열 강화는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중국이 한국의 좋은 이웃이 되길 희망하는 우리로서는 중국이 좀더 개방적이고 좀더 자유롭고 좀더 창의적인 나라로 변하길 강력하게 희망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 강화는 우선 중국어가 실어 나를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제한한다. 중국 학자들은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면서 중국어야말로 인터넷에서 가장 강력한 언어의 하나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중국어를 모국어로 삼고 있는 인구가 가장 많은 것도 그 이유의 하나이지만, 무엇보다 중국어가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같은 바이트(bite) 수 안에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가장 많은 문자라고 이들은 자랑한다. 가령 영어로 작성된 1메가바이트 분량의 문서를 중국어로 번역할 경우 그 60~80%의 바이트만 차지하면 된다는 얘기다. 중국의 삼엄한 인터넷 검열은 그러나 중국어가 인터넷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언어로 성장하는 길까지 차단하는 자충수라 할 수 있다. 검열과 차단과 봉쇄로 얼룩진 중국 인터넷의 바다는 관방 정보 이외에는 어떤 정보도 자리할 수 없는 가장 가난하고 폐쇄된 내항이기 때문이다. 표의문자의 효율성을 앞세우기 전에 정보의 바다를 조각내는 인터넷의 만리장성부터 걷어내지 않으면 중국의 정보 빈곤은 농민공의 빈공보다 더 심각하게 중국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다.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 강화는 중국 대륙의 민간에서 ‘연성권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봉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는 군사력과 정치·외교적 역량을 한 나라의 ‘경성권력(硬性權力, hard power)’이라 부르고, 이와 대비해 시민 내부의 역량을 ‘연성권력(軟性權力, soft power)’이라 불렀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연성권력이 경성권력보다 훨씬 내구적이며 강력하다는 점을 증명해준다. 관방 정보 이외에 모든 정보가 차단당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연성권력이 싹틀 수 있겠는가. 루쉰은 <만리장성(長城)>이란 짧은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예로부터 (만리장성을 쌓기 위한) 노역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갔을 뿐, 만리장성 때문에 오랑캐의 침략을 막아본 적이 언제 있었던가? (……) 언제쯤이나 만리장성에 새로운 벽돌을 보태지 않는 날이 올까? 위대하고도 저주스러운 만리장성이여!” 마오쩌둥 다음으로 중국인들에 강한 영향을 끼친 루쉰의 글을 중국의 검열 당국자들은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걸까. 만리장성에 벽돌을 보태는 일로 중원의 광야는 지켜지지는 않는다. 중원과 광야의 가장 근원적인 미덕은 개방성이다. 바위와 먼지와 강물과 바람은 물론, 새똥 개똥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광야의 ‘받아들임’이 광야를 중원이 되도록 만든다. ‘그레이트 파이어월’이 작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아마도 지하의 루쉰을 다시 한번 우울하게 만들었을 성싶다. 베이징/<한겨레> 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중국의 인터넷 검열 강화는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중국이 한국의 좋은 이웃이 되길 희망하는 우리로서는 중국이 좀더 개방적이고 좀더 자유롭고 좀더 창의적인 나라로 변하길 강력하게 희망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 강화는 우선 중국어가 실어 나를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제한한다. 중국 학자들은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면서 중국어야말로 인터넷에서 가장 강력한 언어의 하나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중국어를 모국어로 삼고 있는 인구가 가장 많은 것도 그 이유의 하나이지만, 무엇보다 중국어가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같은 바이트(bite) 수 안에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가장 많은 문자라고 이들은 자랑한다. 가령 영어로 작성된 1메가바이트 분량의 문서를 중국어로 번역할 경우 그 60~80%의 바이트만 차지하면 된다는 얘기다. 중국의 삼엄한 인터넷 검열은 그러나 중국어가 인터넷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언어로 성장하는 길까지 차단하는 자충수라 할 수 있다. 검열과 차단과 봉쇄로 얼룩진 중국 인터넷의 바다는 관방 정보 이외에는 어떤 정보도 자리할 수 없는 가장 가난하고 폐쇄된 내항이기 때문이다. 표의문자의 효율성을 앞세우기 전에 정보의 바다를 조각내는 인터넷의 만리장성부터 걷어내지 않으면 중국의 정보 빈곤은 농민공의 빈공보다 더 심각하게 중국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다.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 강화는 중국 대륙의 민간에서 ‘연성권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봉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는 군사력과 정치·외교적 역량을 한 나라의 ‘경성권력(硬性權力, hard power)’이라 부르고, 이와 대비해 시민 내부의 역량을 ‘연성권력(軟性權力, soft power)’이라 불렀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연성권력이 경성권력보다 훨씬 내구적이며 강력하다는 점을 증명해준다. 관방 정보 이외에 모든 정보가 차단당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연성권력이 싹틀 수 있겠는가. 루쉰은 <만리장성(長城)>이란 짧은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예로부터 (만리장성을 쌓기 위한) 노역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갔을 뿐, 만리장성 때문에 오랑캐의 침략을 막아본 적이 언제 있었던가? (……) 언제쯤이나 만리장성에 새로운 벽돌을 보태지 않는 날이 올까? 위대하고도 저주스러운 만리장성이여!” 마오쩌둥 다음으로 중국인들에 강한 영향을 끼친 루쉰의 글을 중국의 검열 당국자들은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걸까. 만리장성에 벽돌을 보태는 일로 중원의 광야는 지켜지지는 않는다. 중원과 광야의 가장 근원적인 미덕은 개방성이다. 바위와 먼지와 강물과 바람은 물론, 새똥 개똥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광야의 ‘받아들임’이 광야를 중원이 되도록 만든다. ‘그레이트 파이어월’이 작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아마도 지하의 루쉰을 다시 한번 우울하게 만들었을 성싶다. 베이징/<한겨레> 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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