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6이 3개나 겹쳐 기독교 문명권에서 가장 불길한 날로 꼽힌 지난 6일이 중국에서는 1000년 만에 가장 길한 날로 꼽혀, 혼인신고 등이 몰렸다고 <베이징신보> 등 중국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서방에서는 <신약성서> ‘요한계시록’ 13장 16~17절에 나오는 “악마를 대표하는 짐승의 머릿수가 666”이라는 기록 때문에 6이란 숫자를 기피하지만, 중국인들은 숫자 6과 8을 가장 좋아한다. 6은 발음이 “물 흐르듯 순조롭다”는 뜻을 가진 ‘류(流)’와 같고, 8은 “돈을 번다(發財)”고 할 때의 ‘파(發)’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 번호판은 6666과 8888이기도 하다.
또 6월6일은 “크게 순조로운 날”로 혼인 신고가 몰리는 날이다. 특히 지난 6일은 1000년 만에 한번 돌아오는 06년6월6일이어서, 베이징의 19곳 결혼등기처에는 이날 혼인 신고를 하기 위해 모두 3100쌍의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각 등기처는 새벽 6시부터 장사진을 이뤘으며, 하루 전날부터 줄을 선 젊은이들도 있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이뎬구에서 혼인신고를 한 리아무개는 “숫자 6을 좋아해서 4년 전 대학 다닐 때 남자친구와 2006년 6월6일 결혼하자고 약속했다”며 “6월6일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행운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둥청등기소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쑹아무개는 결혼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으나 이날 남자친구가 “1000년 만에 맞이하는 행운의 날”이라며 혼인 신고를 하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와 신분증을 챙겨 달려나왔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화교 사회에서도 이날 66쌍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고 중국 관영 <중국신문>이 이날 전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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