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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연해주 경제권’이 꿈틀거린다

등록 2006-07-03 18:32수정 2006-08-12 00:04

중·러 접경도시 쑤이펀허 ‘활기’…무역특구 건설중
동시베리아송유관 예정…동북아 경제요충지 ‘기지개’
“한반도 -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땐 물량 70% 증가”
중국 헤이룽장성의 국경무역도시 쑤이펀허와 러시아 연해주의 포고리치니예를 오가는 기차는 헐떡거리며 산악지대를 넘는다. 화차마다 러시아산 원목이 그득하다. 반대편으로 가는 열차에는 러시아 보따리상들이 눌러담은 옷포대들이 객차의 절반을 채우고 있다.

10여년 전 산골의 작은 역이던 쑤이펀허는 이제 인구 10만명에 흥청대는 분위기가 완연한 무역도시로 탈바꿈했다. 헤이룽장성 대외무역의 70%를 맡는 쑤이펀허와 러시아 연해주와의 교역규모는 날로 늘어, 2004년 200억위안(2조3700억원 가량)을 기록했다. 이 곳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숲을 밀어 중국 쪽이 3분의 2, 러시아 쪽이 3분의 1을 차지하는 33만평 규모의 무역특구를 건설 중이다. ‘북국 동방명주’라는 별칭이 붙은 이 특구는 장기적으로는 관세가 없는 자유무역지대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뉴스린은 “하루 1천~3천명의 러시아인들이 쑤이펀허를 찾는다”며, 특구가 무역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동북아 경제 요충지로 떠오르는 연해주= 1970년대 중-러 관계 악화 때 연해주 내 중국식 지명들이 러시아말로 바뀐 것에서 상징되는 중국과 연해주의 단절은, 러시아 원자재와 중국 공산품의 교역 증가로 옛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연해주에는 중국 음식점과 여관들이 잇달아 들어서고, 국경 너머 중국 땅에는 러시아어 간판들이 걸리고 있다. 연해주를 찾은 중국인은 1995년 3만7천여명에서 2004년 17만8천여명으로 늘었다.

연해주는 중국 동북지방으로 난 창만은 아니다. 최근 착공한 세계 최장(4200㎞)의 동시베리아송유관이 연해주를 가로질러 동북아시아의 산업 젖줄 구실을 하게 된다. 시베리아 중심부로부터 연간 8천만톤의 석유를 실어나를 송유관과 함께, 시베리아와 사할린산 천연가스를 공급할 파이프라인도 연해주를 지날 전망이다. 2000년 기준으로 러시아산 석유의 98.5%, 천연가스의 100%가 유럽과 중앙아시아로 수출됐다. 그러나 2050년에는 석유의 46%, 천연가스의 40%를 아시아·태평양 쪽으로 뺀다는 게 러시아의 계획이다. 여기에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이 실현되면, 연해주는 대륙과 태평양으로 사람, 에너지, 원자재, 상품이 들고나는 핵심 요충지로 떠오르게 된다.

미하일 바실리예프 연해주전략개발센터 소장은 “연해주 정부는 동시베리아 송유관 종착지에 연간 2천만톤의 원유를 처리할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결로 철도 물동량이 70% 증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해주 곳곳에서는 항만 보수·개발과 도로 건설이 한창이다. 한반도의 4분의 3 가량 면적에 인구는 200여만명에 불과한 연해주 등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개발을 위해 러시아 정부는 이곳에 150여만명을 이주시킬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두만강의 꿈’ 부활하나?= 러-중 국경도시들의 활기와는 달리, 북-러 국경인 두만강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하산역은 을씨년스럽다. 역사 안 한국어 표지들만이 과거 번성했던 북-러 국경무역을 추억하게 한다. 1986년 18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던 양국 교역규모는 2004년 2억달러로 줄었다. 두만강철교 바로 앞에 철문을 달고 국경을 지키는 러시아군 장교는 “일주일에 두어번 북한 두만강역과 사이에 열차가 오갈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동북지방과 연해주의 발전은 ‘국제적 헛공약’이 된 유엔개발계획(UNDP)의 두만강개발계획을 되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낳게 한다. 1992년 유엔개발계획은 남한·북한·중국·러시아·몽골의 참여로 두만강 유역을 동북아 물류·교통·관광의 중심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시작했지만 진척이 더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훈춘과 나진을 연결하는 도로를 놓기로 하는 한편, 나진항 개발에 적극적이다. 동해로의 출구가 막혀 동북지방 화물을 랴오닝성의 다롄항으로까지 날라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나진항 이용이 절박하다. 중국은 훈춘∼나진∼하산을 꼭짓점으로 하는 3국 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 복안도 갖고 있다.

연해주 항구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러시아도 북한 나진항이나 청진항의 이용 필요성을 느끼고, 북한과 함께 하산과 나진 사이의 철로 보수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바실리예비치 러-한협력센터 소장은 “최근 나진·선봉특구 지도부를 만나고 왔는데, 그들은 투자 유치와 상품을 전세계로 수출하려는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하산 포고리치니예 쑤이펀허/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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