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기 패션 배우가 ‘항일 모델’ 자격있나” 네티즌 비난
중국의 톱스타 자오웨이(趙薇)가 최근 항일(抗日)을 주제로 한 인터넷게임 광고 모델로 나선다는 소식으로 설화를 입고 있다.
5년전 자오웨이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몸에 휘감은 패션 사진으로 중국 전국민으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당했던 일을 떠올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황제의 딸'(원제 還珠格格)이라는 중국.대만 합작 드라마로 일약 중화권 최고의 인기스타가 떠오른 자오웨이는 2001년 9월 패션잡지 `스좡(時裝)'에서 일본 군기를 소재로 디자인한 의류를 선보이면서 활동중단 위기를 맞았다.
사진이 공개되자 자오웨이는 국가와 민족을 배반하고 일제 군국주의를 고취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고 창사(長沙) 공연 때에는 한 안티팬으로부터 오줌 세례를 받기도 했다.
결국 자오웨이의 공개 사과로 사태가 수습되면서 자오웨이는 장쯔이(章子怡)에 이은 최고 몸값의 연예인으로 변함없는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던 자오웨이가 돌연 광둥 데이타통신네트워크(GDCN)가 지난 30∼40년대 중국의 항일전쟁을 소재로 만들어진 인터넷 게임 `궈웨이(國威)'를 홍보하는 광고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즉각 5년전의 `욱일승천기 패션'을 떠올린 네티즌들은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차라리 창녀를 출연시키는게 낫겠다", "자오웨이를 기용하는 것은 고이즈미를 출연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 "많은 스타들이 있는데 왜 그런 몰상식한 배우를 고르느냐", "일본이 엄청나게 즐거워할 것"이라는 여과되지 않은 비난이 전해졌다.
특히 네티즌들은 GDCN이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소속 기업이고 이 게임이 작년 `항일승전 6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다는데서 더욱 더 분노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자오웨이가 중화권을 아우르는 `국민적 스타'로 할아버지가 항일투쟁 당시 신사군(新四軍) 소속으로 일본과 싸운 열사였다는 점을 고려, 모델로 쓰려한다고 밝혔다.
자오웨이 역시 항일을 주제로 한 인터넷 게임의 광고를 맡아 자신의 애국의식을 보여주고 싶어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덧붙였다.
일부 네티즌도 자오웨이가 5년전의 실수와 수모를 이번 광고로 씻어내려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GDCN 내부에서도 자오웨이의 기용을 둘러싸고 쟁론이 벌어진 상태여서 자오웨이를 최종 선택할지는 아직 미지수.
한 광고회사 전문가는 회사측이 자오웨이 모델설을 끄집어냄으로써 게임 상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홍보수단으로 활용한 뒤 최종적으로 자오웨이를 배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자오웨이는 한국엔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중국에 진출한 한류스타 장나라와 비슷한,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로 중화권에선 `국민배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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