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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비극으로 끝난 소년 마오쩌둥의 첫사랑

등록 2006-08-25 16:47

마오쩌둥의 초상화. 연합뉴스
마오쩌둥의 초상화. 연합뉴스
“궁합이 안맞다” 점쟁이 말에 결혼 못해
요즈음 중국에서는 공산혁명을 승리로 이끈 제1세대 최고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의 사망 30주년(9월9일)을 앞두고 외손녀가 처음 공개한 그의 첫사랑 얘기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오쩌둥의 첫사랑 얘기 가운데 특히 재미있는 대목은 양쪽 집안에서 혼담이 무르익고 본인들도 상대와 결혼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으나 이 점쟁이가 두 사람의 궁합이 맞지 않아 결혼을 하면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결국 결합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는 것.

이런 내용은 마오쩌둥의 유일한 외손녀인 쿵둥메이(孔東梅.34)가 최근 발간한 '세계를 바꾼 나날 : 왕하이룽(王海容)과 마오쩌둥의 과거 외교사업을 얘기하다'라는 책의 서두 부분에 실려 있다.

'세계를 바꾼 나날'은 마오쩌둥과 그의 세번째 부인 허쯔전(賀子珍) 사이에서 장녀로 태어난 리민(李敏)의 딸 쿵동메이가, 마오쩌둥 생존시 외교부에 있으면서 대미수교 업무 등에 참여했던 인척 언니 왕하이룽과 대미수교 전후의 상황을 중심으로 대화한 내용을 정리해 담았다.

이 책에 따르면, 마오쩌둥은 1950년대 어느날 왕하이룽이 자신을 찾아갔을 때 느닷없이 "그 왕스구(王十姑 )는 어떻게 됐지?"라고 물었다. 왕하이룽은 그녀가 누군지 몰랐으나 어머니에게 다시 물어본 결과 자신의 할아버지 왕지판(王季範)의 여동생(마오쩌둥의 이종사촌 누이)이었다. 그녀는 이름 없이 그냥 왕스구로만 불렸다.

외가가 같은 마오쩌둥과 왕지판.왕스구 남매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럼없이 함께 어울려 놀면서 자란 친구 사이로 뜻이 잘 통했다. 결국 혼담이 오가기에 이르고 본인들도 결혼하기를 바랐으나 점쟁이가 "두 사람의 팔자가 맞지 않기 때문에 결혼은 안된다"고 해 이들 소년.소녀의 사랑은 맺어지지 못했다.

어린 나이여서 아직 마르크스 사상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마오쩌둥으로서는 그 당시 사회에 일반적인 현상이었던 미신 습속 때문에 결정력이 강한 점쟁이의 말을 어떻게 되돌릴 수가 없었다. 그 때만 해도 이런 식의 비극은 흔하디 흔했다.

왕스구가 출가하는 날 마오쩌둥은 다른 왕스구의 친.인척들과 함께 '춘샹(春箱. 결혼식 날 신부의 집에서 딸을 위해 옷, 이불 등을 넣어 보내는 상자)'을 메는 역할을 했다. 마오쩌둥이 왕스구를 본 것은 이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같다.


마오쩌둥도 부모의 결정에 따라 그의 나이 16세 때인 1909년께 같은 현(縣)에 사는, 먼 친척뻘인 뤄(羅)씨와 결혼하게 됐다. 그러나 역시 이름은 없이 '뤄이구(羅一姑)'로만 불린 첫부인과 첫사랑 왕스구는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자식도 낳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마오쩌둥은 왕하이룽 앞에서 여러 차례 왕스구의 이야기를 꺼내 감개 어린 목소리로 "(왕스구는) 좋은 사람이었어. 피부가 하얗고 성격도 좋았지. 손은 아주 가늘었고.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그랬었는데..."라고 회상기도 했다. 그렇게 말할 때 그의 모습은 마치 소년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행복해 보였다

마오쩌둥이 16세 때 첫부인 뤄씨와 결혼해 17세 때인 1910년 사별했다는 내용은 1936년 대장정을 마치고 옌안(延安)에 안착했을 때 그를 방문해 심층 인터뷰를 한 미국 기자 에드가 스노의 '마오쩌둥 자전(自傳)'이라는 저서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돈관 특파원 don@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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