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볼셰비키·난징대학살 퇴출…빌게이츠·제이피모건·증권시장 진입
“마오쩌둥은 어디 갔나?”
중국의 새 역사교과서에 관한 〈뉴욕타임스〉 기사의 제목이다. 중국이 올해 가을학기부터 상하이 지역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새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사회주의, 혁명, 마오쩌둥(사진 왼쪽) 등 중국공산당이 전통적으로 강조하던 이데올로기적 내용을 들어내고, 대신 문화와 문명에 관한 내용을 대폭 보강했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사회주의 혁명은 짧은 한 장으로 요약됐고, 한 때 세계사의 전환점으로 강조되던 프랑스혁명과 볼셰비키혁명은 물론 마오쩌둥, 대장정, 난징대학살 등에 관한 서술도 매우 간결해졌다. 대신 제이피 모건, 빌 게이츠(사진 오른쪽), 뉴욕 증권시장, 우주 왕복선, 일본의 신간선 고속철도 등 생활과 관련이 있는 정보와 지식이 지면을 차지했다.
중국의 이번 역사교과서 개편은 한마디로 “마르크스에서 브로델로”라고 요약할 수 있다. 새 역사교과서의 집필에 참여한 저우춘성 상하이대 교수는 “전쟁과 황제와 장군 등을 강조하는 낡은 역사를 버리고 사람과 사회가 역사의 주제가 되도록 했다”며, 새 역사교과서가 문화, 종교, 사회관습, 경제, 사상 등 ‘총체사’를 강조한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의 이론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 역사교과서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상하이의 한 역사 교사는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중학교 교과서는 역사를 거세했고, 고등학교에서는 역사를 완전히 제거했다”고 비난했다.
중국 당국은 새 교과서를 지난 학기 상하이의 몇몇 학교에서 실험적으로 사용했으며, 이번 학기 상하이 전역에서 시범 채택한 뒤 문제점을 보완해 새 교과서 사용 지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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