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필요한 조치 약속…동북공정 의제 사전 조율
제6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0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 '동북공정(東北工程)' 등 주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당초 노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에 없었던 이날 회담은 중국측 요청에 의해 이뤄졌으며, 헬싱키 전시장내 양자회담장에서 이날 오전 10시50분(한국시간 10일오후 4시50분)부터 50분간 진행됐다.
한.중 양국은 앞서 오전 8시30분께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열기로 최종 합의한 뒤 회담 의제를 집중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양국간 최근 갈등 현안으로 대두된 동북공정 논란 등 중국의 역사왜곡 문제가 한국측의 요청에 따라 주요 의제에 포함됐다.
회담은 당초 ASEM 아시아회원국 정상회의 종료 10분 뒤인 11시10분부터 30분간 예정돼 있었으나, 정상회의가 15분 가량 일찍 종료되면서 회담 시간이 앞당겨 진 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회담장에 입장하면서 먼저 기다리고 있던 원자바오 총리와 가볍게 악수하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내달 노무현 대통령의 실무 방중을 거론, "10월중 중국에서 노 대통령을 만나게 돼서 무척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바쁜 일정에도 짬을 내 만나줘서 고맙다"고 인사한 뒤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사의를 표했다.
회담은 북핵문제에 대해 두 정상이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데 이어 중국측이 동북공정 문제에 대해 흔쾌히 한국측 입장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동북공정 문제는 회담이 끝날 무렵 노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며 유감을 표명했고, 원자바오 총리가 이미 관련 학술기관에 "이 문제를 잘 다루라"고 지시한 사실을 소개한 뒤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 강구를 약속함으로써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브리핑에서 "동북공정 문제는 사전에 의제로 얘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자바오 총리도 그 얘기에 대해 통쾌하게 얘기하셨다. 회담 내내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이 민감한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아무런 이견 없이 일사천리로 의견을 모은 것은 사전 외교라인간의 물밑 조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변인도 "실무적으로 사실상 사전에 많이 조율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회담이 예정보다 20분 길어져 이견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윤 대변인은 "예정되지 않은 회담이어서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이중통역이 이뤄지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회담에는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과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안보실장, 윤대희(尹大熙) 경제정책수석 등 오전 한.폴란드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공식수행원들이 배석했다.
성기홍 김재현 기자 sgh@yna.co.kr (헬싱키=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