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감동적인 10대 러브스토리로 선정된 나의 절반은 당신의 주인공 주구이친과 병상의 남편. (홍콩=연합뉴스)
중국 후베이(湖北)성의 농촌 여성 주구이친(朱桂琴.29)은 한때 사랑스런 아들과 헌신적인 남편, 그리고 널따란 과수원을 가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었다.
2004년 6월 남편이 급성신부전증 진단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주구이친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두달후에 자신의 신장 한쪽을 남편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해주고 남편을 살려냈다. 주는 "신장을 떼어준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하나가 됐고 죽음만이 우리를 갈라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의 절반은 당신'이라는 제목의 주구이친 이야기는 강제로 헤어지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나비로 변했다는 량산보(梁山伯)-주잉타이(祝英台)의 전설을 연상시키며 당대 중국에서 가장 감동적인 10대 러브스토리로 선정됐다.
후난(湖南)성 웨양(岳陽)시 정부와 중국 부녀보(婦女報)가 공동으로 지난 7월부터 중국의 러브스토리를 공모했더니 중국 전역에서 2천980편의 실화가 응모했다. 웨양시는 이 가운데 10편을 선정하고 지난 5일 이야기 주인공들을 둥팅(洞庭)호반의 쥔산(君山)도로 초청, 시상식을 가졌다.
심사위원인 완춘궈는 "`위대한 사랑'은 정의할 수도, 점수를 매길 수도 없지만 일반 서민들의 러브스토리 가운데 사랑의 약속과 믿음에 대한 전통 가치를 반영한 이야기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한 커플은 전쟁과 동란 속에서 40년간을 헤어져 있어야 했다.
위치(余琦)는 1947년 설에 류쯔핑(劉自平)과 약혼식을 가졌으나 국공내전 과정에서 류쯔핑은 정치적 누명을 쓰는 바람에 헤어져야 했다. 위치는 10년간 약혼자를 찾아다녔으나 허사였다. 반혁명분자로 낙인찍힌 류쯔핑도 문화대혁명 와중에서 약혼녀에게 화가 번질 것을 걱정해 쉽사리 나타날 수도 없었다.
1986년에서야 류쯔핑이 누명을 벗고 여전히 독신으로 남아있던 약혼녀 앞에 나타났으나 그때 이미 류쯔핑은 72세였다. 이들은 약혼후 40년만인 이듬해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달 숨진 위는 남편과 처음 만났던 곳에 묻혔다.
◇사랑의 하늘계단 = 1956년 당시 19세의 충칭(重慶) 농민 류궈장(柳國江)은 나이가 10살이나 많은 29세의 과부 쉬차오칭(徐朝淸)을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됐다. 이들은 가족들이 자신들의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심산유곡으로 도망쳐 살기로 했다.
50년간을 깊은 산속에서 살아오던 류궈장은 아내가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암벽과 산기슭에 지금까지 6천칸의 계단을 만들어줬다.
◇구름속에 쓴 사랑 = 중국 유일의 여성 비행부대 대대장이었던 류원리(劉文力.33)는 갑작스런 유방암 진단을 받고 조종간을 놓아야 했다. 그러나 동료 조종사 였던 남편의 헌신적인 치료로 11개월만에 다시 하늘을 날 수 있게 됐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도 "정말 굉장하다"며 류원리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림보다 아름다운 사랑 = 린예전(林也眞)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만의 빈한한 가정 출신의 장애인 셰쿤산(謝坤山)과 결혼했다. 16세때 고압전선에 감전돼 한 다리와 한 눈, 양 팔을 잃은 셰쿤산은 아내의 사랑과 도움으로 지금은 대만의 유명한 지족화가로 활약하고 있다.
◇농가의 서양 며느리 = 한번도 농촌생활을 해보지 않았던 아르메니아의 간호사 누네이는 10년전 직장을 때려치고 농민 덩충(鄧忠)과 결혼하기 위해 산둥(山東)성으로 날아왔다. 이젠 농촌의 착실한 아낙네가 된 금발의 누네이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농촌의 힘든 일도 전혀 거리낄게 없었다"고 말했다.
◇다오샹(稻香)촌의 사랑 = 선양(瀋陽)의 아이사(艾砂)와 마이야(馬乙亞) 커플은 시인 부부다. 국공내전 기간에 만난 이들 부부는 60년동안의 전란과 동란속에서도 펜을 놓지 않았고 이들을 갈라놓지 못했다.
◇생명을 일깨운 사랑 = 장쑤(江蘇)성의 장젠(張劍.23)이 옌쯔(燕子)와 사랑에 빠졌을 때 한 부자집 딸이 장젠을 향해 열렬히 구애해왔다. 이를 뿌리치고 장젠은 옌쯔를 고향으로 데리고 가 사업을 시작했으나 옌쯔는 그만 자동차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장젠이 전력으로 옌쯔를 간호하고 있을 때 이 부잣집 딸은 다시 장젠을 찾아와 거액의 옌쯔 치료비를 댈테니 사랑을 달라고 간청했다. 장젠은 그러나 옌쯔의 곁에 머물며 사랑의 언약을 지키고 있다.
◇사랑으로 일으켜 세운 생명 = CCTV의 유명 MC인 바이옌성(白燕升)은 군(軍) 회계원이었던 부인 저우자(周佳)가 자동차 사고로 중상을 입고 다시는 걷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그러나 바이의 정성스런 보살핌으로 2년후 부인은 아무런 장애도 없이 기적처럼 회복해 다시 걷기 시작하고 있다.
◇사랑은 태양 아래 = 2003년 8월 출감한지 얼마 안된 왕진윈(王金雲)은 자신의 비행과 깨우침을 얻은 경험을 인터넷에 올린 뒤 중국에서 처음으로 전과자들을 위한 공익 사이트 `중화 실족자 핫라인'을 개설했다. 장린(江林)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항상 그를 격려하고 고무해주던 후원자였다. 번개모임을 가진 뒤에야 왕진윈은 장린이 아름답고 시원한 성격의 아가씨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2월에 이 커플은 결혼식을 올렸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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