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연구기관 요직 휩쓸어
당 ‘비판세력 될까’ 우려
당 ‘비판세력 될까’ 우려
중국에 해외 유학파들의 세번째 물결이 닥치고 있다.
홍콩 <성도일보>가 계간 <아시안 퍼스펙티브>의 보고를 따 21일 보도한 것을 보면, 최근 중국의 ‘해외파’(하이구이)들은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귀국한 뒤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요직을 점령하고 있어, 앞으로 중국 사회의 변화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근대 이후 중국에서 해외 유학파의 물결은 세 차례 있었다. 첫 물결은 청나라 말기~1949년까지다. 서방과 일본 등지에서 유학한 이 때의 해외파들은 정치·법률·군사 등의 서방 학문을 흡수한 뒤 돌아와 5·4운동과 좌익운동의 주력이 됐다. 둘째 파도는 49년 사회주의 중국 건국 이후로, 주로 동유럽에서 이공계 지식을 흡수했다.
셋째 파도는 78년 개혁개방으로 시작됐으며, 2003년까지 줄잡아 70만200여명이 나갔다. 유학한 국가는 108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대다수가 미국에 몰렸고, 전공 분야는 경영학과 응용과학 등 실용학문에 집중됐다. 이들 가운데 2003년까지 모두 11만7300여명이 귀국했다. 지난해 한해에만 2만100명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해외파들은 대체로 조연을 맡거나 심지어 배척당했지만, 최근 밀어닥치고 있는 ‘제3의 물결’은 중앙과 지방정부, 연구기관의 요직을 휩쓸 정도로 거세다. 상하이의 경우 39개 대학 가운데 31개 대학의 총장이 해외파이고, 베이징과학원의 경우 80%, 공정과학원의 경우 54%가 해외파로 드러났다.
중국 당국은 자유·인권·민주 등 서방적 사고에 ‘노출’된 이들이 공산당에 대한 비판세력으로 성장하거나 민중운동과 결합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당국은 이들을 체제 안으로 흡수하기 위해 △입당 장려 △빠른 승진 보장 △점진 개혁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런 노력이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해외파의 귀국이 급증해 35%가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중국 당국이 이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할 경우 ‘우려했던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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