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이 개발에 나선 우주배치 레이저(Space Based Laser·SBL) 작전 개념도. 인공위성에서 레이저를 쏴 날아오는 적국 미사일을 파괴하는 모습이다. 출처: 미국과학자협회 홈페이지
미국, ‘저궤도 위성 중국 사정권에’ 격한 반응
파괴적 무기 개발 경쟁 촉발…“세계안보 위협”
파괴적 무기 개발 경쟁 촉발…“세계안보 위협”
중국의 인공위성 요격실험 성공을 미국 정부와 언론들은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옛 소련과 미국이 1980년대에 위성 파괴 실험을 벌인 뒤 이런 기술을 보유한 세 번째 나라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의 조나단 맥도웰 교수는 “20년만에 처음으로 진정한 우주 군비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달아오르는 스타워즈 경쟁=중국의 우주기술 발전은 2003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할 만큼 일취월장하는 추세다. 이번 요격실험에서 태양전지판까지 합해 길이가 불과 몇 미터에 불과한 기상위성을 800㎞ 떨어진 지상에서 요격할 만큼 정교한 기술을 과시한 점은 군비경쟁을 벌이는 나라들을 크게 놀라게 만들고 있다. 중국이 우주기술의 군사적 이용에 공을 들인다는 것은 차오강촨 현 국방부장이 우주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인민해방군 총장비국장 출신이라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2003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했을 때 <인민일보>는 “유인우주선은 정찰과 감시 임무를 더 잘 해낼 수 있고, 군사위성을 올리고 수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민간 우주 협력”을 거론하며 중국의 도전에 격한 반응을 보였지만, 잘 알‘’려진 대로 스타워즈의 원조는 단연 미국이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가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하기 위해 본격화한 ‘스타워즈’는 조지 부시 행정부에 접어들면서 되살아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10월 미 행정부가 △미국은 우주공간에서 최대한 행동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어떤 적대행위에도 반격할 권리를 지니며 △적대 국가는 우주공간 접근을 차단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우주 정책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우주는 미국 것’이라는 선언인 셈이다. 미 공군은 인공위성에서 레이저로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글로벌 스트라이크’ 기술, 우주기지에서 미사일을 지구로 쏠 수 있는 기술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적국 미사일을 인공위성으로 감지해 지상 미사일로 요격한다는 미사일방어체제(MD)도 ‘스타워즈’의 일종이다. 전문가들은 5~6년 뒤에는 미사일방어체제가 본격화돼 상대방의 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괴적 무한경쟁 경고=이번 일로 미국은 군사력의 핵심인 저궤도 위성들이 중국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왔다고 판단해 우주 군사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매체 <글로벌시큐리티>의 존 파이크는 “대만 문제로 분쟁을 벌이게 되면, 중국은 미국의 저궤도 정찰위성을 모두 파괴해 우리의 눈을 멀게 할 것”이라고 <시엔엔>(CNN)에 말했다. 미국은 120여개, 러시아는 50여개, 중국·일본·프랑스·영국 등이 각각 1~2개의 군사용 위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에서의 군비경쟁은 강대국과 비강대국의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미사일방어체제 하나에만 지금까지 900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은 ‘방어적 무기’ 개발은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펴며 2005년 유엔이 제안한 우주무기 개발금지 협정에 반대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우주기술을 보유한 러시아나 유럽연합(EU), 일본도 미-중의 움직임에 자극받을 것으로 보여, 고삐 풀린 우주 군비경쟁은 세계 안보를 위협할 요소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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