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영기업인 중국우체국의 한 노동조합 간부가 9일 기업명을 대만우체국으로 변경하는 것을 의제로 한 회의 도중 다른 참석자들에 의해 회의장 바깥으로 끌려나가고 있다. 대만의 집권 민진당은 최근 군부대에서 중국 본토 출신인 장제스 전 총통의 동상과 초상화를 치우고 국영기업 이름도 중국에서 대만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타이페이/AP 연합
교과서 개정 이어 공기업·우표 이름서 ‘중’ 빼기
‘주권국가’ 법률 독립도 추진…중국과 긴장 고조
‘주권국가’ 법률 독립도 추진…중국과 긴장 고조
대만의 ‘독립’ 행보가 올 들어 부쩍 빨라지고 있다. 역사교과서 개정에 이어 공기업과 우표 표기에서 중국의 그림자를 지우려는 작업이 한창이다. 중국이 ‘탈중국화’라고 부르는 이런 대만의 움직임은 행동을 통해 독립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만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대만 독립을 선언할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심산이어서 중국과의 긴장은 더욱 높아갈 전망이다.
대만의 독립 행보를 실감할 수 있는 게 이른바 ‘정명’(正名) 운동이다. 천수이볜 대만 총통은 2004년 12월 ‘중화민국’이라는 국호를 ‘대만’으로 줄여 부르자며, 모든 재외공관과 국·공기업 명칭에 ‘대만’을 쓰라고 지시했다. 대만 행정원은 최근 천 총통의 이런 지시를 다시 의제에 올렸다. 천루이룽 경제부장은 공기업인 ‘중국석유공사’와 ‘중국조선공사’의 명칭을 ‘대만중유’와 ‘대만국제조선공사’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만은 우표에서도 중국이라는 이름을 지울 태세다. 천 총통은 최근 국민들과의 온라인 대화 창구인 <총통전자보>를 통해 대만 우편회사 ‘중국우정’의 이름을 ‘대만우정’으로 고치고, 우표에 표기된 ‘중화민국’이란 명칭을 모두 ‘대만’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좋은 일, 옳은 일은 당연히 해야 한다”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아주 빨리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앞서 역사교과서 개정을 통해 중국과의 역사적 고리를 해체했다. 올해 새학기부터 고교에서 사용할 역사교과서 제2책의 제목을 ‘본국사’에서 ‘중국사’로 고치고, ‘본국’ ‘대륙’이란 표현을 모두 ‘중국’으로 바꿨다. 이전 교과서에서 몇 개의 시기로 나눠 상세하게 서술했던 중국 역사도 하나로 묶어 한 한기에 학습을 마칠 수 있도록 줄였다. 타이베이고궁박물원도 문물 설명서에서 중국에서 왔다는 표현을 삭제하고, ‘중국 고대문물’이라는 표현을 모두 ‘국내외 문물’로 바꿨다.
대만은 국제무대에서 주권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법률적 독립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천 총통은 집권 직후 “중국을 대만의 영토로 규정한 헌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최근엔 아예 국민투표로 새로운 헌법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대만은 이와 함께 ‘대만’ 명의로 유엔과 각종 국제기구에 가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지난해 2월 통일정책기구인 국가통일위원회와 국시인 국가통일강령의 운용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천 총통의 이런 독립 행보는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서슴없이 천 총통을 분리주의자라고 부른다. 중국 당국도 이를 대만의 분열주의 책동으로 간주하고,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성까지 공공연히 언급한다. 양이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한 기자회견에서 “대만 분리주의자들이 무슨 술책을 부리고 무슨 수단을 쓰더라도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대만의 탈중국화 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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