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첨단산업이 뛴다] 1부 ‘자주적 과학기술’의 저력
‘만만디’ 우주 개척, 폭넓은 산업 부흥 이끈다
‘만만디’ 우주 개척, 폭넓은 산업 부흥 이끈다
장기적·전폭적인 지원으로
우주육종 선진국 도약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 커
한-중협력 모색 시급 중국 전설에 나오는 빼어난 미모의 항아는 곤륜산 선녀 서왕모의 불사약을 훔쳐 먹은 뒤 신선으로 변해 자기도 모르게 하늘로 떠올라 달나라 광한궁까지 갔다. ‘넓고 추운 궁궐’이란 이름을 가진 궁전에서 항아는 깊은 적막과 고독 속에 묻혔다. 중국인들이 우주 개발의 꿈을 말할 때 늘 인용하는 ‘항아분월(嫦娥奔月, 항아가 달나라로 달아나다)’ 이야기의 결말은 매우 스산하다. 하지만 2003년과 2005년 중국 자체 기술로 우주에 올랐던 현대의 우주인들은 광한궁의 고독에 빠지는 대신 지구로 금의환향해 인민의 환호에 묻혔다. 미국과 옛 소련의 우주경쟁에 한 세대 늦게 뛰어든 중국은 우주를 새로운 부가가치의 원천으로 만들고 있다. 우주여행에서 돌아온 씨앗들=오늘날 항아의 후예들은 불로초 대신 씨앗을 품고 우주에 오른다. 지난해 9월9일 중국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는 ‘스젠 8호’라는 과학위성을 발사했다. 15일 동안 지구궤도를 돈 뒤 24일 쓰촨성 회수지점으로 돌아온 스젠 8호에는 벼·보리·밀·옥수수·면화·채소 등 곡물 종자와 몇 종의 미생물이 실려 있었다. 우주복사, 약한 중력과 자기장 등 우주 환경에 노출된 뒤 지구로 귀환한 이 씨앗들은 절반 정도가 발아과정에서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젠 8호’는 우주공간에서 종자 변이 실험만을 위해 쏘아올린 세계 최초의 위성이다. ‘우주 육종’이라 불리는 이 분야에서 중국은 단연 선진국이다. 더 놀라운 건 1986년 3월에 확정한 중점 과학기술 연구 항목인 이른바 ‘863 계획’에 이 사업이 이미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우주 육종 또한 중국의 우직한 발걸음이 만들어낸 성과다. 1987년부터 중국은 회수식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마다 씨앗들을 함께 태워 보냈다. 선저우 5호의 주인인 양리웨이와 6호의 페이쥔룽·녜하이성도 좁은 우주선 공간을 씨앗들과 나눠야 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13차례에 걸쳐 70여종의 작물을 우주 공간에 보냈다가 거둬들였다. ‘우주 육종 공정’이라 불리는 이 실험을 책임지고 있는 중국원자력농업학회 복사유전우주육종위원회의 보고를 보면, 단백질 함량이 8~12% 증가한 벼, 비타민 C의 함량이 15~20% 높아진 피망, 일찍 자라고 많이 열리는 고구마, 무게가 1㎏이나 나가는 오이 등 성과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농업부는 몇 년 동안 연속 재배를 거쳐 품종 변이를 확인한 뒤 이를 ‘우주종자’로 확정한다. 지금까지 ‘우주종자’는 모두 10종이 탄생했으며, 이 가운데 벼가 6종을 차지하고 있다. 이 위원회 류뤼상 주임은 “우주 육종은 인위적인 외부 충격으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우주 환경을 이용하는 유전자 변이 ‘유도’ 기술”이라며 “염색체가 스스로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방사성이나 유해 물질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우주 육종이 가능한 것은 “수백년 또는 수천년 걸릴 수 있는 종자의 자연변이를 우주 환경이 가속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의 ‘우주 육종’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고 있으며, 미국 항공우주국도 2003년 10월부터 중국과 이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진행해오고 있다.
첨단산업 이끄는 우주산업=우주산업은 대규모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도가 높다. 그래서 사업 주체가 대개 국가다. 우주산업은 국력 과시와 국가 홍보 이외에도, 고정밀도·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중국의 경우는 어떨까. 류지위안 중국첨단기술산업화연구회 이사장은 중국 우주산업 가운데 “운반로켓 투자의 60%, 인공위성 투자의 70%에 해당하는 가치가 중국의 다른 산업으로 전이됐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지금까지 운반 로켓 ‘창정’ 시리즈 12종, 인공위성 50여종을 개발했으며 간쑤성 주취안, 산시(산서)성 타이위안, 쓰촨성 시창 등 세 곳에 위성발사센터를 건설했다.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 이후 외국 위성 대리 발사 등 부대사업도 성장세를 타고 있다. 류 이사장은 중국이 우주산업을 개척함으로써 “전자정보, 기계-전자 일체화, 통신, 관제, 원격조정, 원격감지, 컴퓨터자동설계, 진공 저온 기술, 특수 밀폐, 복합 재료, 특수 합금, 방진, 컴퓨터, 인터넷, 광학, 촬영기계, 디지털 매체 등 폭넓은 다른 산업의 발전에 자극을 주었다”고 평가한다. 1960년대 미사일 개발에서 시작된 중국의 우주산업은 국가의 장기적이고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중국 전체 산업을 이끄는 견인차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황진영 정책협력부장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과 수교 직후인 1993~95년 사이 중국과 여객기 공동 개발 협력을 추진했으나 성과 없이 중단됐다. 위성 발사 분야의 한-중 협력도 추진했으나 중국이 당시 파키스탄에 대한 미사일 수출 문제로 미국의 규제를 받고 있어 역시 무산됐다. 이 때문에 한국에는 중국의 우주산업에 관한 전문가가 거의 없는 상태다. 안보와 경제면에서 한국과 이해관계가 절실한 중국의 우주산업에 대해 한국의 정보가 거의 진공상태인 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특별취재반
우주기지 그림자마저 ‘극비’
주취안 발사센터 가는 길 전방 50㎞부터 진입통제 선저우 5호와 6호를 쏘아올린 중국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는 외국 기자의 취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 첨단산업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 우주기지의 면모가 궁금한 취재팀은 지난 1월16~24일 1차 중국 출장 때 주취안 위성발사센터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주취안이 있는 간쑤성은 서북에서 동남방향으로 길쭉한 오이 모양을 하고 있다. 성도인 란저우는 남부에 있으며 주취안은 북부 만리장성의 서쪽 관문 자위관에서 40㎞쯤 떨어져 있다. 란저우에서 자위관까지는 소형 비행기가 매일 한 대씩 뜬다. 자위관은 비단길과 만리장성의 관광지이고, 주취안은 연간 200만t의 강철을 생산하는 주강제철소 때문에 조성된 작은 공업도시다. 주취안 중심가 모퉁이에는 “중국 우주비행의 도시는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란 대형 광고판이 서 있다. 여기엔 선저우 5호 발사 장면과 더불어 달나라로 막 날아오르기 시작한 선녀 항아가 그려져 있다. 주취안에 도착해 여행사와 현지인의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건 위성발사센터가 주취안 시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10호 발사기지’는 주취안시 동북쪽 140㎞ 지점에, ‘14호 발사기지’는 200㎞ 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주취안 여행사의 안내원 웨이신은 “위성발사센터는 당정 간부들이 참관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외국인에겐 개방하지 않고 있다”며 “헛수고 말고 발길을 돌리라”고 권했다. 발사센터 전방 50㎞ 지점엔 공안 검문소가 있어서 기지의 허가 없이는 누구도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냥 포기할 순 없어서 취재팀은 차를 빌려 발사센터 방향으로 난 편도 1차선 도로를 달렸다. 시를 벗어나자 적막한 황무지가 끝없이 이어졌다. 한 시간쯤 달리자 도로 봉쇄 장애물이 나타나고 “진타현 인민은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대형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진타현 제팡(해방)촌이었다. 이 간판 그림에도 선저우 5호는 빠지지 않았다. 현지 운전사는 이 마을이 우주기지로 가기 전 “민간인의 마지막 마을”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간에 차량 한두 대 지나가는 한적한 우주기지 도로에는 공안 차량이 뜸하지 않게 오갔다. 취재팀은 여기서 발길을 돌렸다. 우주기지의 그림자도 못 봐 아쉬웠지만, 중국이 우주기지로 왜 여길 선택했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편도 1차선 전용도로로만 연결되는 우주기지는 ‘육지의 섬’이나 다름없었다. 황무지의 하늘은 선명한 천체 관측 조건을 제공해주었다. 인구 밀도가 희박한 황무지는 위성 회수에도 유리한 조건이었다. 항아의 광한궁보다 더 스산한 황무지에서 중국은 미래의 꿈을 쏘아올리고 있었다. 주취안/특별취재반
우주육종 선진국 도약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 커
한-중협력 모색 시급 중국 전설에 나오는 빼어난 미모의 항아는 곤륜산 선녀 서왕모의 불사약을 훔쳐 먹은 뒤 신선으로 변해 자기도 모르게 하늘로 떠올라 달나라 광한궁까지 갔다. ‘넓고 추운 궁궐’이란 이름을 가진 궁전에서 항아는 깊은 적막과 고독 속에 묻혔다. 중국인들이 우주 개발의 꿈을 말할 때 늘 인용하는 ‘항아분월(嫦娥奔月, 항아가 달나라로 달아나다)’ 이야기의 결말은 매우 스산하다. 하지만 2003년과 2005년 중국 자체 기술로 우주에 올랐던 현대의 우주인들은 광한궁의 고독에 빠지는 대신 지구로 금의환향해 인민의 환호에 묻혔다. 미국과 옛 소련의 우주경쟁에 한 세대 늦게 뛰어든 중국은 우주를 새로운 부가가치의 원천으로 만들고 있다. 우주여행에서 돌아온 씨앗들=오늘날 항아의 후예들은 불로초 대신 씨앗을 품고 우주에 오른다. 지난해 9월9일 중국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는 ‘스젠 8호’라는 과학위성을 발사했다. 15일 동안 지구궤도를 돈 뒤 24일 쓰촨성 회수지점으로 돌아온 스젠 8호에는 벼·보리·밀·옥수수·면화·채소 등 곡물 종자와 몇 종의 미생물이 실려 있었다. 우주복사, 약한 중력과 자기장 등 우주 환경에 노출된 뒤 지구로 귀환한 이 씨앗들은 절반 정도가 발아과정에서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젠 8호’는 우주공간에서 종자 변이 실험만을 위해 쏘아올린 세계 최초의 위성이다. ‘우주 육종’이라 불리는 이 분야에서 중국은 단연 선진국이다. 더 놀라운 건 1986년 3월에 확정한 중점 과학기술 연구 항목인 이른바 ‘863 계획’에 이 사업이 이미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우주 육종 또한 중국의 우직한 발걸음이 만들어낸 성과다. 1987년부터 중국은 회수식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마다 씨앗들을 함께 태워 보냈다. 선저우 5호의 주인인 양리웨이와 6호의 페이쥔룽·녜하이성도 좁은 우주선 공간을 씨앗들과 나눠야 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13차례에 걸쳐 70여종의 작물을 우주 공간에 보냈다가 거둬들였다. ‘우주 육종 공정’이라 불리는 이 실험을 책임지고 있는 중국원자력농업학회 복사유전우주육종위원회의 보고를 보면, 단백질 함량이 8~12% 증가한 벼, 비타민 C의 함량이 15~20% 높아진 피망, 일찍 자라고 많이 열리는 고구마, 무게가 1㎏이나 나가는 오이 등 성과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농업부는 몇 년 동안 연속 재배를 거쳐 품종 변이를 확인한 뒤 이를 ‘우주종자’로 확정한다. 지금까지 ‘우주종자’는 모두 10종이 탄생했으며, 이 가운데 벼가 6종을 차지하고 있다. 이 위원회 류뤼상 주임은 “우주 육종은 인위적인 외부 충격으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우주 환경을 이용하는 유전자 변이 ‘유도’ 기술”이라며 “염색체가 스스로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방사성이나 유해 물질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우주 육종이 가능한 것은 “수백년 또는 수천년 걸릴 수 있는 종자의 자연변이를 우주 환경이 가속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의 ‘우주 육종’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고 있으며, 미국 항공우주국도 2003년 10월부터 중국과 이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진행해오고 있다.
첨단산업 이끄는 우주산업=우주산업은 대규모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도가 높다. 그래서 사업 주체가 대개 국가다. 우주산업은 국력 과시와 국가 홍보 이외에도, 고정밀도·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중국의 경우는 어떨까. 류지위안 중국첨단기술산업화연구회 이사장은 중국 우주산업 가운데 “운반로켓 투자의 60%, 인공위성 투자의 70%에 해당하는 가치가 중국의 다른 산업으로 전이됐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지금까지 운반 로켓 ‘창정’ 시리즈 12종, 인공위성 50여종을 개발했으며 간쑤성 주취안, 산시(산서)성 타이위안, 쓰촨성 시창 등 세 곳에 위성발사센터를 건설했다.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 이후 외국 위성 대리 발사 등 부대사업도 성장세를 타고 있다. 류 이사장은 중국이 우주산업을 개척함으로써 “전자정보, 기계-전자 일체화, 통신, 관제, 원격조정, 원격감지, 컴퓨터자동설계, 진공 저온 기술, 특수 밀폐, 복합 재료, 특수 합금, 방진, 컴퓨터, 인터넷, 광학, 촬영기계, 디지털 매체 등 폭넓은 다른 산업의 발전에 자극을 주었다”고 평가한다. 1960년대 미사일 개발에서 시작된 중국의 우주산업은 국가의 장기적이고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중국 전체 산업을 이끄는 견인차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황진영 정책협력부장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과 수교 직후인 1993~95년 사이 중국과 여객기 공동 개발 협력을 추진했으나 성과 없이 중단됐다. 위성 발사 분야의 한-중 협력도 추진했으나 중국이 당시 파키스탄에 대한 미사일 수출 문제로 미국의 규제를 받고 있어 역시 무산됐다. 이 때문에 한국에는 중국의 우주산업에 관한 전문가가 거의 없는 상태다. 안보와 경제면에서 한국과 이해관계가 절실한 중국의 우주산업에 대해 한국의 정보가 거의 진공상태인 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특별취재반
주취안시 동북쪽 140㎞ 지점에 있는 ‘10호 발사기지’로 가는 길목인 진타현 제팡촌의 안내 간판은 이곳이 우주기지가 있는 곳임을 말해준다. 위성기지로 가는 길엔 가끔 공안 차량이 순찰을 돌 뿐 일반 차량은 거의 없었다. 주취안/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우주기지 그림자마저 ‘극비’
주취안 발사센터 가는 길 전방 50㎞부터 진입통제 선저우 5호와 6호를 쏘아올린 중국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는 외국 기자의 취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 첨단산업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 우주기지의 면모가 궁금한 취재팀은 지난 1월16~24일 1차 중국 출장 때 주취안 위성발사센터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주취안이 있는 간쑤성은 서북에서 동남방향으로 길쭉한 오이 모양을 하고 있다. 성도인 란저우는 남부에 있으며 주취안은 북부 만리장성의 서쪽 관문 자위관에서 40㎞쯤 떨어져 있다. 란저우에서 자위관까지는 소형 비행기가 매일 한 대씩 뜬다. 자위관은 비단길과 만리장성의 관광지이고, 주취안은 연간 200만t의 강철을 생산하는 주강제철소 때문에 조성된 작은 공업도시다. 주취안 중심가 모퉁이에는 “중국 우주비행의 도시는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란 대형 광고판이 서 있다. 여기엔 선저우 5호 발사 장면과 더불어 달나라로 막 날아오르기 시작한 선녀 항아가 그려져 있다. 주취안에 도착해 여행사와 현지인의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건 위성발사센터가 주취안 시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10호 발사기지’는 주취안시 동북쪽 140㎞ 지점에, ‘14호 발사기지’는 200㎞ 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주취안 여행사의 안내원 웨이신은 “위성발사센터는 당정 간부들이 참관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외국인에겐 개방하지 않고 있다”며 “헛수고 말고 발길을 돌리라”고 권했다. 발사센터 전방 50㎞ 지점엔 공안 검문소가 있어서 기지의 허가 없이는 누구도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냥 포기할 순 없어서 취재팀은 차를 빌려 발사센터 방향으로 난 편도 1차선 도로를 달렸다. 시를 벗어나자 적막한 황무지가 끝없이 이어졌다. 한 시간쯤 달리자 도로 봉쇄 장애물이 나타나고 “진타현 인민은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대형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진타현 제팡(해방)촌이었다. 이 간판 그림에도 선저우 5호는 빠지지 않았다. 현지 운전사는 이 마을이 우주기지로 가기 전 “민간인의 마지막 마을”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간에 차량 한두 대 지나가는 한적한 우주기지 도로에는 공안 차량이 뜸하지 않게 오갔다. 취재팀은 여기서 발길을 돌렸다. 우주기지의 그림자도 못 봐 아쉬웠지만, 중국이 우주기지로 왜 여길 선택했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편도 1차선 전용도로로만 연결되는 우주기지는 ‘육지의 섬’이나 다름없었다. 황무지의 하늘은 선명한 천체 관측 조건을 제공해주었다. 인구 밀도가 희박한 황무지는 위성 회수에도 유리한 조건이었다. 항아의 광한궁보다 더 스산한 황무지에서 중국은 미래의 꿈을 쏘아올리고 있었다. 주취안/특별취재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