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일본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오른쪽)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환영식 자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이날 두 총리는 예민한 정치 문제 대신 경제 협력을 통해 얼어붙은 두 나라 관계를 회복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도쿄/AP 연합
중 총리 6년만에 방일…난제는 덮고 화해에 무게
아베 총리 연내 방중 수락…‘경제각료회의’가 성과
아베 총리 연내 방중 수락…‘경제각료회의’가 성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11일 중국 총리로서는 6년 만에 일본을 공식 방문해, 역사인식 문제로 냉각됐던 두 나라의 관계 회복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한 원 총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한 뒤 지난해 10월 두 나라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전략적 호혜’에 관해 구체적 실천 방안을 담은 공동 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두 나라 정상은 언론발표문에서 ‘경제 중시’를 전면에 내세워 중-일 경제각료회의 등 새로운 협의틀 출범과 일본의 대중국 쌀 수출 개시 등에 합의했다.
원 총리는 스스로 이번 방일을 ‘얼음을 녹이는 여행’이라고 언급한 대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인식 문제 등 정치적 난제에 대해서는 원론적 언급에 그치는 대신, 일본과 화해 관계 조성과 경제 협력 강화라는 실리 획득에 중점을 뒀다. 아베 총리도 원 총리의 연내 방중 초청을 즉각 수락하는 한편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방일을 요청했다.
원 총리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역사 문제는 잘 처리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중-일 전쟁 70돌인 만큼 역사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일본은 전후 평화국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중-일(일-중) 고위급 경제대화’로 이름붙여진 경제각료회의 창설은 두 나라 모두 최대 성과로 꼽고 있다. 경제각료회의는 12일 원자바오 총리와 아베 총리가 출석해 첫 회의를 연다. 양국간의 각종 경제 협력을 윗선에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매년 한 차례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소 다로 외무상, 중국에서는 쩡페이옌 국무원 부총리가 대표를 맡는다. 첫 회의에서 일본 쪽은 경제 대화를 통해 에너지 분야의 협력은 물론 지적재산권 보호와 일본 기업의 중국 투자 보호 대책 마련 등을 중국 쪽에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각료 정책 대화도 신설돼 12일 첫 회의가 열린다. 전력과 가스 등 두 나라의 기업 경영 최고 책임자가 참가하는 세미나도 개최된다.
일본 쪽이 진전을 요구한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 개발 문제는 해역 획정이 쉽지 않아 협의를 가속시켜 공동 개발하자는 원칙 확인에 그쳤다. 또한 납치 문제에 관해서는 일본 쪽의 적극적 협력 요청에 중국이 난색을 표명해, 발표문은 “협력한다”는 정도로 언급했다. 원 총리는 대신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이해와 동정을 한다. 필요한 협력을 해나가겠다”고 구두 약속을 했다. 또 두 나라 정상은 북핵 문제를 두고서도 초기 조처를 이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중-일 관계는 2000년 10월 주룽지 총리 방일 이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으로 6년 동안 얼어붙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아베 총리의 한-중 연쇄 방문과 야스쿠니 참배 언급 회피로 두 나라 사이에는 다시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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