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도 8은 행운 상징…묻지마 투자로 도박장화 우려까지
(서울=연합뉴스)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 증시에서 '8'이 행운의 숫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24일 보도했다.
신문은 전문적 투자전략이 부재한 개미투자자들이 득세하는 증시에서까지 예언적 숫자의 힘을 믿어온 중국사회의 관행이 맹위를 떨치는 것으로, 증시를 자칫 도박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라고 논평했다.
개인투자자인 얀 카이젠은 지난해 친구로부터 몇몇 종목을 추천받고 한 시멘트 기업의 주식 3만주를 사들였다. 이유는 이 회사의 고유종목코드(600881)에 그가 행운의 숫자로 여기는 8이 2개나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고유종목코드가 행운을 가져달 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이 선택으로 5만 달러를 벌었다.
전통적으로 중국 사회에서 8은 '부와 행운'을 상징한다. 베이징 올림픽이 2008년 8월8일 오전 8시에 개막하는 것은 8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호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반면 죽음을 뜻하는 말인 '시'와 발음이 같은 4는 불길한 숫자이다. 이달초 상하이증시 종합주가지수가 4천을 찍고 비틀거렸던 것도 4라는 숫자와 무관치 않았다는 분석이다.
중국 증시에서 미신처럼 보이는 이러한 선호는 숫자 외에도 많다. 예를 들어 증시의 활황을 의미하는 붉은 옷을 입으라거나 증시의 강세(bull.황소)를 유지하기 위해 쇠고기를 먹으라는 말들이 그럴듯하게 떠돌고 있다.
미신에 기초한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로 증시는 당국에서도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다. 저당과 신용카드로 현금을 빌려 투기에 나선 탓이다. 당국의 경고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눈에는 이런 중국 증시가 도박장처럼 보인다. 투자 양상을 예측하기 어렵기 떄문이다.
JP모건의 중국 증시 담당자인 징 울리히는 "행운의 숫자, 코드로 이상한 일들이 증시에서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대재벌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 그룹 회장이 중국의 증시폭등을 `거품'이라며 "최근 2차례나 중국 증시의 갑작스러운 조정이 전세계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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