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저우역의 설경
‘중국 현대판 노예’ 남매 이야기 재구성
설날맞아 아빠 고향 가려다, 난데없이 벽돌공장으로 화중지방 교통의 중심지 정저우에 사는 쑤졘쥔씨 슬하의 두 남매 쑤진둬(남,16)와 쑤진펑(여,18)은, 지난 2007년 2월 춘절(설날) 휴가를 맞아 아빠 고향인 칭다오에 가려고 기차표를 사려다가 돈을 모두 뺏겼다. 조금 싼 표를 판다고 해서 남은 돈으로 군것질 할 수 있으리라 상상하며 좋아했는데, 사기꾼이었다. 아빠한테 혼날 생각을 하니 무서웠다. 추운 날씨에 오돌오돌 떨면서, 표도 없이 기차를 어떻게 타야할지 역전에서 망설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한 아줌마가 다가왔다. 자신을 청과상으로 소개한 그녀는, 이들의 딱한 이야기를 들어주고는, 과일 파는 것만 조금 도와주면 돈을 줄테니 며칠만 돈 모으면 표를 살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숙식은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두 남매는 그녀가 안내한 미니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는 같은 처지인듯한 어린아이들이 잠들어 있었다. 그날 밤 도착한 곳은 어딘지 당췌 알 수 없는 한 벽돌공장이었다. 아줌마가 건넨 콜라 마시자 잠들었다는 아이도... 차에서 내리자마자 만난 무섭게 생긴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부터 일 시작하게 될테니, 좀 자둬라." 그리고 철로 된 그릇 하나를 내밀며 "밥그릇 잃어버리지 말고... 이불은 50위안이다."
남매는 이불을 살 돈이 없었다. 문이 쾅 닫히더니,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는 소리가 철컹 들렸다. 창문 하나 없는 벽돌바닥에 몸을 뉘이고 보니, 그제야 옆에 같은 버스를 타고온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대부분 14살, 15살 정도였다. 간혹 10살도 안 되는 꼬마들도 있었다. 오는 내내 버스에서 잠들어있던 아이는 깨자마자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어떤 아줌마에게 길을 가르쳐줬더니 고맙다며 건넨 콜라를 마시고 잠들었다버렸다고 했다. 아저씨들은 너무도 깊이 잠들어 있었다. 긴 버스여행에 피곤해진 아이들도 일단 눈을 붙였다. 숨죽여 흐느끼는 아이들도 있었다.

샨시성 벽돌공장의 한 노동자
17~18시간 노동... 뜨거워서 다치고, 기계에 다치고, 채찍에 다치고... 다음날부터 시작된 벽돌공장 일은 쉽지 않았다. 하루 17~18시간의 강행군이었다. 어떤 아이들은 막 가마에서 구워진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야 했고, 어떤 아이들은 벽돌을 지고 옮겨야 했다. 가마에서 구워져 나온 벽돌은 뜨겁고 무거웠다. 걸핏하면 화상을 입기 일쑤였고, 벽돌 자르는 기계에 다치기도 했으며, 나르던 벽돌이 떨어져 다치기도 했다. 다쳤다고 해서 쉬게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힘들다고 하면 무서운 아저씨들은 가차없이 채찍질을 했다. 화상과 골절상을 입은 몸에 피부병과 채찍질 상처... 그리고 어깨에 남은 벽돌지게 자국도 핏빛이었다. 열악한 영양상태로 한 번 감기라도 앓으면 낫지가 않았다. 죽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죽은 '아이'도 있다고 했다. 맞아 죽기도 한다고 했다. 배는 고프고... 감시는 무섭고... 배는 항상 고팠다. 끼니 때마다 나오는 물과 찐빵이 먹을 것의 전부였다. 일하는 아저씨들에게도, 남매를 비롯한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양의 물과 똑같은 찐빵이 주어졌다. 그나마도 거르는 날도 있었다.


실종된 아이를 찾은 어머니의 절규

(인민일보, 신화사, 비비시, 텔레그라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로이터, 아에프페 등 중국 및 국외 언론 보도내용을 종합해 대표적인 사례들로 스토리를 재구성했습니다. 사진은 중국 인터넷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출처가 중복돼 일단 생략하고 게재합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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