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블로그] 중국의 어떤 아이들

등록 2007-06-18 17:31

정저우역의 설경
정저우역의 설경
‘중국 현대판 노예’ 남매 이야기 재구성

설날맞아 아빠 고향 가려다, 난데없이 벽돌공장으로

화중지방 교통의 중심지 정저우에 사는 쑤졘쥔씨 슬하의 두 남매 쑤진둬(남,16)와 쑤진펑(여,18)은, 지난 2007년 2월 춘절(설날) 휴가를 맞아 아빠 고향인 칭다오에 가려고 기차표를 사려다가 돈을 모두 뺏겼다. 조금 싼 표를 판다고 해서 남은 돈으로 군것질 할 수 있으리라 상상하며 좋아했는데, 사기꾼이었다. 아빠한테 혼날 생각을 하니 무서웠다. 추운 날씨에 오돌오돌 떨면서, 표도 없이 기차를 어떻게 타야할지 역전에서 망설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한 아줌마가 다가왔다.

자신을 청과상으로 소개한 그녀는, 이들의 딱한 이야기를 들어주고는, 과일 파는 것만 조금 도와주면 돈을 줄테니 며칠만 돈 모으면 표를 살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숙식은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두 남매는 그녀가 안내한 미니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는 같은 처지인듯한 어린아이들이 잠들어 있었다. 그날 밤 도착한 곳은 어딘지 당췌 알 수 없는 한 벽돌공장이었다.

아줌마가 건넨 콜라 마시자 잠들었다는 아이도...

차에서 내리자마자 만난 무섭게 생긴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부터 일 시작하게 될테니, 좀 자둬라." 그리고 철로 된 그릇 하나를 내밀며 "밥그릇 잃어버리지 말고... 이불은 50위안이다."


남매는 이불을 살 돈이 없었다. 문이 쾅 닫히더니,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는 소리가 철컹 들렸다. 창문 하나 없는 벽돌바닥에 몸을 뉘이고 보니, 그제야 옆에 같은 버스를 타고온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대부분 14살, 15살 정도였다. 간혹 10살도 안 되는 꼬마들도 있었다. 오는 내내 버스에서 잠들어있던 아이는 깨자마자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어떤 아줌마에게 길을 가르쳐줬더니 고맙다며 건넨 콜라를 마시고 잠들었다버렸다고 했다.

아저씨들은 너무도 깊이 잠들어 있었다. 긴 버스여행에 피곤해진 아이들도 일단 눈을 붙였다. 숨죽여 흐느끼는 아이들도 있었다.

샨시성 벽돌공장의 한 노동자
샨시성 벽돌공장의 한 노동자

17~18시간 노동... 뜨거워서 다치고, 기계에 다치고, 채찍에 다치고...

다음날부터 시작된 벽돌공장 일은 쉽지 않았다. 하루 17~18시간의 강행군이었다. 어떤 아이들은 막 가마에서 구워진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야 했고, 어떤 아이들은 벽돌을 지고 옮겨야 했다. 가마에서 구워져 나온 벽돌은 뜨겁고 무거웠다. 걸핏하면 화상을 입기 일쑤였고, 벽돌 자르는 기계에 다치기도 했으며, 나르던 벽돌이 떨어져 다치기도 했다. 다쳤다고 해서 쉬게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힘들다고 하면 무서운 아저씨들은 가차없이 채찍질을 했다. 화상과 골절상을 입은 몸에 피부병과 채찍질 상처... 그리고 어깨에 남은 벽돌지게 자국도 핏빛이었다. 열악한 영양상태로 한 번 감기라도 앓으면 낫지가 않았다. 죽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죽은 '아이'도 있다고 했다. 맞아 죽기도 한다고 했다.

배는 고프고... 감시는 무섭고...

배는 항상 고팠다. 끼니 때마다 나오는 물과 찐빵이 먹을 것의 전부였다. 일하는 아저씨들에게도, 남매를 비롯한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양의 물과 똑같은 찐빵이 주어졌다. 그나마도 거르는 날도 있었다.

도망을 가고 싶어도 감시가 삼엄해서 갈 수가 없었다. 채찍을 든 무서운 아저씨들도 무서웠지만, 그 곁을 지키던 개들이 이를 드러내면 더욱 무서웠다. 간혹 개한테 물리는 경우도 있었다. 첩첩산중이라 길을 어떻게 찾아갈지도 막막했다. 가끔 공안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무서운 아저씨들과 쑥덕쑥덕하다보면 공안은 이내 사라졌다. 공장주인의 아버지가 공산당 간부라는 얘기도 있었다.

어느 날 찾아온 샤오차이의 아빠... 하지만 아빠를 알아보지 못하는 아들...

어느날 벽돌공장에 아이들을 찾고 있다는 부모들이 찾아왔다. 스무명 넘는 아저씨 아줌마들은 실종된 아들, 딸을 찾고 있다고 했다. 아저씨 아줌마들은 공장주인에게 어떻게 아이들한테 일을 시키냐고 막 따졌다. 공안이 제대로 대응을 안 한다며 욕을 하기도 했다. 남매는 아빠 생각이 났다.

공장을 둘러보던 한 아저씨가 소리를 질렀다. "샤오차이!" 항상 말이 없던 샤오차이의 아빠였다. 누더기를 걸치고 벽돌을 지고 가던 샤오차이는 아빠를 보면서도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아저씨는 꺼이꺼이 울면서 샤오차이를 꼭 끌어안았다. 하지만 샤오차이는 마치 마네킹인양 몸을 아빠한테 내맡길 뿐 어떤 반응도 없었다.

실종된 아이를 찾은 어머니의 절규
실종된 아이를 찾은 어머니의 절규
아저씨는 공장주인에게 샤오차이를 데려가겠다고 했다. 무서운 아저씨들에 둘러싸인 공장주인은 그러라고 했다. 아줌마들은 남매도 데려가겠다고 했다. 공장주인은 안 된다고 했다. 실랑이가 붙었다. 아저씨 아줌마들은 무서운 아저씨들을 당하지 못했다. 샤오차이만 집으로 갔다.

탈출... 그리고 아빠와의 재회...

쑤진둬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더 있고 싶지 않았다. 도망가겠다고 결심했다. 누나가 눈에 밟혔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누나는 이곳에 있으면서도 만나기 힘들었다. 우선 탈출해서 아빠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샤오차이가 돌아간 지 사흘째 되던날 밤, 쑤진둬는 다른 남자아이 하나와 도망을 쳤다. 개 짖는 소리를 뒤로하고, 정신없이 산속을 헤메다 보니 차가 다니는 길이 나왔다. 헤드라이트가 보일 때마다 "정저우!"를 외쳤다. 결국 마음 좋아 보이는 한 아저씨 내외가 정저우까지 승용차를 태워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신을 또렷이 차리고 있었다.

아빠를 보던 날... 부자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몸무게가 10킬로그램이 빠져 수척한 아들의 야윈 몸을 아빠는 거칠게 껴안았다. 이튿날 아버지와 아들은 누나 쑤진펑을 찾아 나섰다. 탈출했던 기억을 더듬어 공장까지 갔을 때, 아버지는 초췌해진 딸을 보며 통곡을 터뜨렸다. 누나는 말이 없었다. 누나의 모습은 18세 처녀라고 알아보기 힘들었다. 어떤 일을 당한 건지 쑤진둬도 다는 알지 못했다.

방송에 보도된 벽돌공장의 모습에 온 중국이 흥분하다...

지난 번에 왔던 샤오차이의 아버지를 비롯한 실종청소년의 부모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지방정부 당국과 공안의 부패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문명사회'를 천명한 2008년 올림픽개최지 베이징의 명성이 무색하다고 욕했다. 쑤진둬의 아버지도 동참했다.

방송이 먼저 흥분했다. 샨시와 허난 구석구석의 벽돌공장을 헤집고 다녔다. 방송 화면으로 보도된 벽돌공장과 탄광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잃어버린 아들 딸을 화면에서 찾은 부모도 있었다.

부모들은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아이들이 1천명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찾은 아이들의 숫자는 40여명. 나머지 아이들은 오늘밤도 벽돌위에서 잠이 들고 있을 것이다. 내일이면 그 아이들은 또다시 찐빵과 물 몇 모금만으로 하루종일 고된 노역, 그리고 채찍질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인민일보, 신화사, 비비시, 텔레그라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로이터, 아에프페 등 중국 및 국외 언론 보도내용을 종합해 대표적인 사례들로 스토리를 재구성했습니다. 사진은 중국 인터넷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출처가 중복돼 일단 생략하고 게재합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