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천국’ 중국,국적불명 패스트푸드점 대신 중국식 요리 브랜드 인기
국적불명 패스트푸드점 대신 중국식 요리 브랜드 인기
맥도날드는 중국어로 ‘마이당라오’(맥당로),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은 ‘컨더지’(긍덕기)라고 부른다. 두 브랜드를 모르는 중국인은 거의 없다. 그런데 중국에선 간혹 ‘마이컨지’라는 패스트푸드점도 눈에 띤다. 마이컨지 ‘체인점’은 광둥·하이난 등 남부로부터 장쑤·후난 등 중부, 그리고 베이징·만저우리 등 북부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분포돼 햄버거·치킨 따위를 팔고 있지만, 그 정체는 다소 불분명하다. 로고도 통일되지 않은 데다 영어표기도 Mcconkey, Maikenji, MFC 등 뒤죽박죽이다. 특히 이름 자체가 맥도날드의 ‘마이’와 KFC의 ‘컨·지’를 합친 것으로 보여 ‘짝퉁’ 냄새가 물씬 풍긴다. 마이컨지는 중국 개혁·개방의 산물이다. 80년대부터 중국 사회에 대거 유입된 서구 문물은 중국인들의 여러 생활 습관을 변화시켰다. 마오쩌둥식 인민복을 벗어던진 중국인들은 전통적인 생활양식보다 서구식 생활양식에 높은 가치를 뒀다. 중국 시시티브이(CCTV)의 루이청강 앵커는 “그 땐 중국도 세계의 일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열심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은 볶음밥·볶음면 등 중국식 ‘쾌찬’(패스트푸드)보다 5~6배 비싼 맥도날드와 KFC의 햄버거 등이 잘 팔린 나머지, 마이컨지처럼 중국 밖에서는 보기 힘든 짝퉁 브랜드까지 등장하는 시장이 됐다.
‘짝퉁 천국’ 중국,국적불명 패스트푸드점 대신 중국식 요리 브랜드 인기
그러던 중국이 변했다. 그동안 추종하던 서구 대신 전통적인 ‘중국의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격주간 <포천>은 최근호에서, 자동차·전자제품 등 한 때 서구 제품들이 시장을 지배했던 상품 영역에서는 물론, 패션·식생활 등 일상 영역에서도 ‘중국 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민족주의적’ 태도의 확산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외국 유명 브랜드들도 중국에 생산기지를 만드는 가운데, 중국 소비자들은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의 브랜드가 외국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 중국 10대들의 중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88%)는 외국 브랜드(68%)를 앞섰다. 이에 대해 KFC·타코벨·피자헛을 운영하는 염브랜즈의 쑤쌈 중국사업본부장은 “중국의 외국 기업들이 더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며 “중국인들이 외국 기업을 거부한다기보다는 ‘뭔가 다른 것’을 추구하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소비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염브랜즈는 중국요리 패스트푸드점 ‘둥팡지바이’를 개설했다. 둥팡지바이는 송나라 시인 소동파의 <전적벽부>에서 이름을 따 2005년 상하이에서 1호점을 개설한 이래 현재 7곳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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