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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도 ‘노동력 부족’ 시작됐다

등록 2007-06-25 21:08수정 2007-06-25 21:10

광둥·푸젠성 이어 상하이도 구인난 현실화
‘저임금’ 기댄 중국 제조업구조 변화 기로

마르지 않는 샘처럼 여겨지던 중국의 노동력 공급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기존 예측보다 빨리 다가오는 중국의 노동력 고갈이 세계경제에 끼칠 영향에 눈길이 쏠린다.

노동력 부족 곧 현실화=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개발연구센터가 17개 성의 농촌 2749개 마을을 조사해 최근 낸 자료를 보면, 74%의 마을에는 원거리의 도시에 공급할 잉여노동력이 없다. 마을 4곳 가운데 1곳만이 새로 도시노동자로 편입 가능한 40살 미만 인력이 있다는 게 조사 결론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지난 14일 낸 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다. 보고서는 노동력 고갈이 임박해, 예상보다 이른 2009년에 농촌 지역조차 일할 사람이 모자라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회과학원은 이전 보고서에서 2010년에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설정한 필요 농업 인력과 농촌 호구(도-농을 구분하는 중국 등록제에서 농촌에 등록된 인구)이면서 도시에 나가 일하는 인구를 셈하면, 도시에 새로 댈 수 있는 농촌 인력은 현재 2천만~7천만명에 불과하다고 홍콩 〈아주시보〉는 추산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2004년 남동 연안의 광둥성과 푸젠성의 제조업 현장에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에, 노동시장 미성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가 거듭되면서 일손 부족은 분명한 현실이 됐다. 대규모 제조업지대인 홍콩 주변 주장삼각주에는 연간 200만명이 부족하다는 추산이 나오고, 상하이 주변 창장삼각주에서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상무위원회 개발연구센터 조사에서는 동부(28.4%)보다 중부(24%)와 서부(23.6%)에서 도시에 잉여노동력을 댈 수 있는 마을이 적었다. 내륙의 저개발지역에서 노동력을 언제든지 공급할 것이라는 막연한 짐작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중국 농촌 노동력의 도시 유입
중국 농촌 노동력의 도시 유입
저무는 저임금 시대=이런 현상은 노동집약적인 산업구조로 ‘세계의 공장’구실을 해온 중국에 변화의 필요와 가능성을 제기한다. 농촌 출신 노동자 임금은 2004년 전년에 견줘 2.8%, 2005년 6.5%, 2006년 11.5% 올랐다. ‘루이스 전환점’이론은 도시로 유입되는 농촌 인구가 줄기 시작하면 임금이 빠르게 오른다고 설명한다. 중국의 5월 인플레이션율은 27개월만에 가장 높은 3.4%다. 임금과 물가가 나란히 오르는 추세다.

중국의 저임금과 저가품은 수년간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시대가 저문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 있다. 또 세계 자본은 괜찮은 이윤율을 보장하던 거대한 터전에서 예전만 못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한 때 8000여개에 이르던 주장삼각주의 홍콩 중소기업들 가운데 2600여개가 임금 상승과 노동력 부족 등을 이유로 베트남 등으로 빠져나갔다.

정년을 연장하거나, 농촌 인구의 도시 이주를 어렵게 하는 호구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은행의 중국 책임자인 데이비드 달러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도-농 소득격차가 3 대 1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높다며 “이렇게 높은 (도시 노동자) 임금상승률은인구 이동 통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시방편에 기대지 말고 구조적 변화에 속도를 내자는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실린다. 사회과학원의 카이팡 인구노동경제연구소장은 〈차이나데일리〉 기고문에서 “노동력이 희소해지면 경제성장은 생산성 향상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처우 개선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기술집약적 산업구조를 빨리 뿌리내리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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